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2.08 17:31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생산량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산유국과 신흥국들을 경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저개발 산유국들은 원유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줄어들면서 재정이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산유국들이 국제금융시장에 투자한 이른바 ‘오일머니(Oil Money)'를 대거 회수하면서 금융시장을 흔들 가능성도 커지면서 신흥국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꼴이다.

전체 수출의 95%를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저유가로 인한 경제위기로 집권 좌파정권이 16년만에 정권을 내줬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베네수엘라는 올해 -10%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같은 중남미 산유국인 에콰도르 역시 막대한 정부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던 브라질 역시 위기다. 브라질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정치비리 스캔들까지 터져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 역시 저유가로 인해 루블화가 폭락하고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등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 

석유생산 감축에 반대하며 공급량 유지를 주장한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30일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실제 사우디의 순해외자산이 1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우디 정부는 최근 국채발행, 정부지출 감축 등을 실시하고 있다.

원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다른 중동국가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은 20년만에 최초로 재정적자가 일어났다.

산유국들의 이 같은 경기침체는 고스란히 신흥국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진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적자 등을 메우기 위해 전 세계에 뿌려놓은 국부펀드를 회수하면서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러시아, 사우디, 카자흐스탄 등이 최근 해외 자산을 대규모로 거둬들이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역시 일부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우디가 투자한 자본이 국내 증시에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산유국과 신흥국의 경기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등 원유 대국들이 생산량 감축에 따른 가격 조정 의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기둔화 등 수요부진까지 예상돼 산유국들의 경기 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원자재 판매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 역시 장기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여 신흥국 수출 의존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부진 역시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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