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05 11:31
금호타이어 노조의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이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채권단에 항의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에 위치한 송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노조 홈페이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송신탑 고공농성에 돌입한 금호타이어 노조 간부 2명이 나흘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채권단이 해외매각 방침을 철회하기 전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고공농성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노조 대표지회장과 곡성지회장은 지난 2일 오전 5시경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채권단에 항의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에 위치한 송신탑에 올랐다.

이들은 나흘이 지난 5일 현재까지도 고공농성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밤사이 발생한 강한 비바람과 낙뢰 속에서도 비닐을 이불삼아 토막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고공농성 중인 이들은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결사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해외매각 추진 즉각 중단, 노동자 체불임금 즉각 지급,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미래비전 제시 등을 채권단에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고공농성에 돌입하며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해 산업은행은 재매각 추진 시 국내의 건실한 기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다시 밀실에서 더불스타 재매각을 추진한 것은 매우 유감이며 상호신의 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난 것”이라고 채권단을 비판했다.

이어 “산업은행과 채권단의 무책임하고 무례한 갑질의 분노를 금할 수가 없으며 해외매각 저지와 새로운 정상화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투쟁의 길로 나서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고공농성을 시작으로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채권단의 해외매각 철회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지회는 자구안을 백지화하고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전 조합원이 떨쳐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3일과 4일 광주 공장과 장성 공장에서 조별로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노조는 해외 매각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4시간 부분 파업과 총파업까지 벌일 방침이다.

노조가 해외매각을 결사 반대하는 것은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의 ‘먹튀’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는 매출액 기준 세계 14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상용차용 타이어를 주로 생산하는 더블스타는 30위 밖이다.

회사규모와 기술력, 브랜드가치, 영업력 등이 훨씬 떨어지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제 2의 쌍용차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앞서 중국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지만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생산기술만 빼먹은 채 5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중국 더불스타와의 투자협상이 금호타이어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이해관계자 영향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발표한 주요 투자조건안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6463억원을 들여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인수하고 3년 간 고용을 보장할 예정이다. 또 시설자금 용도로 최대 2000억원의 신규자금도 투입된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 투자유치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매출규모 글로벌 10위권 업체로 도약하고 중국법인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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