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05 14:10

노측 인력감축에 성과금·복지후생 삭감 요구…자구안은 '오리무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노조 홈페이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한국지엠의 임직원 25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GM이 구체적인 자구안을 실천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들만 고통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부평‧창원‧군산‧보령 등 모든 임직원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지엠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2500여명이 신청했다. 사무직 500여명과 생산직 2000여명이 퇴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임직원의 15.6% 수준이지만 당초 노동계가 예상했던 2000여명 규모는 뛰어넘은 수치다. 한국지엠은 이들 희망퇴직자들에게 퇴직금과 2~3년치 통상임금분의 위로금,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는 한국지엠이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연간 약 4000억원 가량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희망퇴직만으로 자본 잠식 상태에 뻐진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지난 4년간 누적 적자는 총 3조원에 육박하고 지난해에만 9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GM이 우리 정부에 5000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계획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부와 GM은 즉각 부인했으나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와 노동계의 관측이다.

이처럼 군산공장 폐쇄를 비롯해 한국지엠의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경영난의 책임과 고통을 근로자만 짊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GM은 우리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자구안으로 28억달러(약 3조3000억원)신규투자,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차입금 주식 전환 등을 제시했으나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오리무중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 측에 1인당 약 1000만원 가량의 연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교섭안을 제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를 통해 연간 약 1400억원을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교섭안에는 명절 복지포인트 등 연간 3000억원 가량의 비급여성 복지후생도 약 절반을 삭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노조는 현 사태의 책임은 GM의 비정상적인 경영에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GM은 고금리 이자, 이전가격 장난, 과도한 매출원가율, 사용처가 불분명한 업무지원비로 한국지엠의 재무상태는 밑 빠진 독”이었다며 “이제껏 노동자들의 고혈로 GM본사의 배만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은 2016년 기준 현대차 81.1%, 기아차 80.2%, 르노삼성 80.1%, 쌍용차 83.7% 등 80% 내외이지만 한국지엠은 93.1%로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지엠에 업계 평균인 원가율을 적용하면 2016년 6600억원의 당기순손실은 오히려 1조원의 흑자로 전환된다.

또 GM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지엠으로부터 업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높은 금리를 매겨 462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한국지엠의 총 차입금은 약 3조원에 육박하는데 대부분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4.8~5.3%의 고금리로 빌린 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회생하려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비정상적인 경영구조를 개선할 근본적인 자구안을 내놓고 실천하는 것이 먼저”라며 “경영난에 대한 책임은 노사 모두에 있는 만큼 모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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