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2 15:41

정부 자금지원 핑계로 신차배정 하지 않을 가능성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산업은행은 GM과 합의한 실사 원칙에 따라 한국지엠을 실사하기로 하고 실무진 간 킥오프(Kick off) 미팅을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한국지엠의 실질적인 실사가 본격 시작한 가운데 GM이 실사에 필요한 주요자료를 제출할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GM이 경영상황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자료제공 등 성실한 실사에 최대한 협조키로 약속했다”며 “GM이 약속한대로 성실한 자료제공 등 충실히 협조해 실사가 원만히 진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사를 맡을 주체와 시기만 정해졌을 뿐 산업은행과 GM은 아직 실사 방식과 기간, 자료 제출 등에서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GM은 영업기밀을 이유로 거래내역 등 주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합의가 없는데도 실사가 시작된 것은 “정상화를 위해 실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양측은 실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입장차를 좁혀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실사를 서두르는 이유는 이번 달로 예정된 GM의 글로벌 신차 배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GM이 한국지엠에 신차를 배정하지 않는다면 한국지엠의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하루빨리 실사를 끝내고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GM은 신차배정의 전제조건으로 산업은행이 지분(17%)만큼 신규 투자금액의 일부를 부담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GM은 신차배정의 전제로 우리 정부의 자금지원을 내걸은 반면 산업은행은 실사에 성실히 임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GM은 여전히 구체적인 자구안과 경영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어 한국지엠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GM은 산업은행에 “실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실제로 협조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실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한국지엠에 미련이 없다는 것은 반증하는 셈”이라며 “실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금지원도 어렵기 때문에 GM이 이를 핑계로 신차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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