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2 17:27

시장지배력 약화 불가피…대응 투자·M&A 적극 고려해야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를 이끄는 주요 반도체 업체 간의 대형 인수합병(M&A)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계약을 맺고 있는 퀄컴과 1위 경쟁상대인 인텔이 M&A의 중심에 서면서 국내 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4위의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부터 3위의 퀄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한다면 선두권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인텔은 발빠르게 대응해 브로드컴을 적대적 M&A할 뜻을 내비쳤다. 퀄컴은 브로드컴이 또 다시 브로드컴은 인텔이 잡아먹으려는 형국이다. 모두 세계 2~4위의 대형 반도체 업체들이다.

12일(한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에 밀리기 전까지 반도체 시장에서 24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해 온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은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해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퀄컴을 업고 뛰어오르려는 브로드컴을 견제하기 위해 적대적 M&A를 감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인텔이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시총은 약 2400억달러(260조원)이며 브로드컴의 시총은 약 1000억달러(106조원)) 수준이다. 따라서 인텔이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강제로 획득하는 방식의 적대적 M&A를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만약 인텔이 브로드컴 뿐만 아니라 퀄컴도 함께 사들이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비교할 수 없는 초대형 반도체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이 같은 M&A가 현실화된다면 가장 위기에 처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퀄컴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최대 고객이고 인텔은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성사되든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의 A4~A7 프로세서칩을 생산해오다가 A8부터는 대만 TSMC에 물량을 내줬다. 대형 파운드리 고객이 사실상 퀄컴이 유일한 상황에서 퀄컴의 주인이 바뀐다면 삼성전자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퀄컴의 인수를 추진하는 브로드컴은 파운드리 물량 대부분을 TSMC에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퀄컴의 최신 스냅 드래곤 AP를 생산할 때 자사의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 가장 먼저 탑재해 왔다. 하지만 퀄컴을 놓친다면 원활한 AP 물량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전자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인텔의 시장지배력 강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존 1위였던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 선두 자리에 처음 올라섰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5조2000억원 수준으로 인텔이 같은 기간 기록한 19조7000억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인텔이 퀼컴을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과 매출 면에서 인텔을 다시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ICT 부문에서 하만과 루프페이등을 인수하며 성장해왔고 반도체는 내부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며 “하지만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틈을 타 주요 경쟁 업체들이 M&A를 통해 점유율을 함께 끌어올린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결정권을 가진 총수의 구속 이후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만큼 전열을 재정비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극 대응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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