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9 12:14

노조 "임금동결했으니 연간 3000억원 규모 복리후생 보장하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저녁 부평공장 내 본관동 앞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의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0일 5차 임단협 교섭이 열린다. 노사 모두 서로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한 만큼 양보 없는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구조조정 중단과 고용생존권 보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으나 사측은 정상화를 위한 비용절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9일 노조 관계자는 “오는 20일 2018년도 임단협 5차 본교섭을 열고 비용 절감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며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구조조정 중단 등 고용안정이 노조의 핵심 요구”라고 설명했다. 앞서 열렸던 네 차례의 교섭은 양측의 구체적인 요구안이 없었기 때문에 경영난의 책임을 놓고 질의 응답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노조가 지난 15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교섭안을 확정한 만큼 5차 교섭부터는 실질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핵심 현안인 비용 절감 문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올해 임금인상과 지난해 성과급 지급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사측이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하고 고용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담보확약을 제시하라는 전제조건이 달렸다. 노조의 이 같은 입장은 겉으로는 일부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고통분담’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노조는 임금동결 대신 군산공장 폐쇄 철회, 신차 로드맵 제시. 지적재산권 확약, GM 완성차 수입판매 금지, 출자전환 자본의 주식분배, 임원 축소 및 외국인 임원 한국인 교체, 향후 10년 간 정리해고 금지 등 21가지에 달하는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노조는 이번 요구안에 GM이 출자전환하기로 한 한국지엠 차입금 3조원을 1인당 3000만원씩의 주식으로 모든 직원에게 분배해달라는 내용을 넣었다. 노조는 지분확보로 경영에 참여해 GM이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채권회수를 포기한 GM에 지분까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임금성 복리후생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사측이 노조에 제공해온 복리 후생 규모는 일반 직장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간 노조는 휴직자 평균임금 100% 지급, 휴일중복수당 통상임금 150% 지급, 휴업시 일정 평균임금 지급, 복지포인트 10만원, 명절 특별복지포인트 15만원, 통근버스, 자가운전 유류보조금, 연간 유아교육비 80만원, 중‧고교 및 대학 입학금‧등록금 전액 자녀수 제한 없이 제공, 입원시 10만원 초과비용 회사 부담, 자사 차량 구매시 21~27% 할인 등의 다양한 복리후생 혜택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복리후생 비용이 연간 950억원 가량인데 이 마저 삭감한다면 노조의 역사를 무시하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연간 비급여성 복리후생비가 약 3000억원에 달하며 이 비용을 절반가량 삭감하겠다는 요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사측은 이번 교섭안에 명절 복지 포인트 지급 삭제, 통근버스 운행 노선 및 이용료 조정, 학자금 지급 제한(최대 2자녀), 중식 유상 제공 등 복지후생 대폭 축소 등의 비용 절감 방안을 포함시켰다.

비용 절감에 대한 사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카허 카젬 사장은 경영진들에게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 등 포괄적인 비용감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에 실패한 회사도 문제지만 사정이 어려운데도 얻을 것은 모두 얻은 노조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희생과 양보가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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