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3.21 17:42

노태원 기초과학연구원 단장 후행 변전장 효과 발견

양상모(왼쪽부터) 숙명여대 교수, 박성민 연구원, 노태원 IBS 단장이 실험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기자] 압전효과는 외부에서 균일한 힘을 가했을 때 물질 내부에 전기 분극이 생기며 전기장이 유도되는 현상이다. 스마트폰 내부에 있는 많은 소자는 압전효과로 전기장을 유도한다. 현재 산업 전반에서는 '레드-지르코늄-타이타네이트'(PbZrxTi1-xO3) 같은 압전체 물질이 널리 활용된다. 그런데 이 물질에는 납 등의 유해한 물질이 있어서 대체재 개발 목소리가 높다.

노태원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장 연구팀이 국내 연구진과 함께 강유전체 수평 방향 분극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압전효과 대신 변전 효과에 주목했다. 균일하지 않은 힘이 가해져 물질이 휘어졌을 때, 물질 안 전기적 분극이 발생하는 원리다. 이 변전 효과는 고체에서 너무 작게 나타난다는 한계가 있다. 딱딱한 고체에 힘을 가하면 휘어지기보다는 부서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난 2011년 IBS 노태원 단장 연구팀은 물질이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 경우 매우 큰 변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노미터 단위에서 변전 효과가 압전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팀은 강유전체인 비스무트 산화철을 실험에 적용했다. 비스무트 산화철은 8가지 방향 전기적 분극을 갖는 동시에 자기적 성질과 탄성도를 모두 지니고 있다. 

비스무트 산화철을 나노박막 형태로 증착하고서 주사 탐침 현미경으로 나노박막에 힘을 가하며 분극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탐침 이동방향에 따라 비스무트 산화철 내부 분극 방향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탐침이 지나가는 방향에 따라 강유전체 내부 분극 방향이 전환하는 현상을 '후행 변전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했다. 이후 위상장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저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첸 교수와 함께 실험 결과를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숙명여대 양상모 교수는 "고체 중 압전효과를 가지는 물질 그룹은 20개인데 비교해 변전 효과는 32개 그룹 전체에 나타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넓다"며 "작아질수록 전기장 유도 효과가 커지는 성질을 이용한다면 초소형 소자 개발이나 기계적 힘을 이용하는 강유전체 메모리 소자 제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온라인판에 실렸다.

탐침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강유전체인 비스무트 산화철 내부 분극은 180도 방향으로 전환한다.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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