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2 10:44

이달 중순 본계약...오늘 산은과 자구안 이행협약 체결

금호타이어 노조와 채권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해외매각을 놓고 진통을 겪던 금호타이어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으면서 법정관리 위기를 넘겼다. 금호타이어 인수가 확정된 중국 더블스타는 재무구조 개선 등 조속한 경영 정상화 함께 ‘먹튀’ 우려를 해소해야할 과제를 안게 됐다.

◆노조 해외매각 찬반투표, 60.6.% ‘찬성’…노사 자구안 잠정합의
2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지난 31일 열린 46차 본교섭에서 특별합의서에 잠정 합의한 노사가 이날 산업은행과 MOU(이행협약)를 체결한다. 노조는 1일 진행된 해외매각 찬반투표를 거쳐 합의서를 최종 확정했다. 그간 해외매각에 반대하며 합의를 거부했던 노조는 이번 투표에서 60.6%의 찬성률로 더블스타 매각을 의결했다. 2987명의 노조원 중 2741명(91.8%)이 투표한 가운데 찬성이 1660표, 반대는 1052표였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 채권단, 일반직 등의 전 방위적인 압박과 일단 법정관리는 막고 보자는 생각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노조는 800% 상여금 가운데 올해분 25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해외매각에 최대한 협조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노조, 정상화 위해 최소 2년 간 ‘무분규’…상여금도 반납
특히 노조는 앞으로 최소 2년 간 무분규를 약속했다. 노사는 합의서의 유효기간 동안 생산활동을 초래하는 행위(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통상 노사 간 합의서의 유효기간은 2년이기 때문에 노조는 이 기간 동안 파업을 자제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더불어 산업은행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노동3승계(노동조합‧단체협약‧고용)를 보장하고 국내공장에 대한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약속했다. 또 우리사주조합 또는 개별 임직원 앞 스톡옵션도 주기로 했고 노사‧산업은행‧더블스타가 참여하는 미래위원회(가칭)도 구성하기로 했다.

◆ 산업은행, 2000억원 긴급자금 지원…이달 중순 더블스타와 본계약
금호타이어가 이번 합의에 대한 이행협약을 산업은행과 맺고 나면 채권단은 당장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약 2000억원 규모의 한도 대출이나 당좌계좌를 개설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는 당장 갚아야하는 270억원의 어음과 400억원의 회사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3개월치나 밀린 임금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중순 안에 더블스타와 매각 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반기 중으로 더블스타의 자본 투입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 中 더블스타, ‘먹튀’ 우려 해소하고 중국공장 정상화 해법 찾아야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에 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남은 과제는 ‘먹튀’ 우려 해소다. 지금까지 노조가 해외매각을 반대했던 것도 더블스타의 먹튀가 예상된다는 게 이유였다. 채권단은 지난 16일 전원 동의로 더블스타의 투자유치 조건을 승인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6463억원(주당 5000원‧지분율 45%)을 투자하고 향후 3년 간 고용을 보장한다는 투자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더블스타는 3년, 채권단은 5년 간 매각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더블스타의 투자조건에 담겼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더블스타가 3년 후 공장 문을 닫고 떠나도 붙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금호타이어의 자산 규모(2016년 기준)는 5조1216억원인데 반해 더블스타는 1조2481억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먹튀’ 우려는 끊이지 않아 왔다. 더블스타의 규모가 금호타이어보다 휠씬 작고 수익률과 재무안정성도 떨어진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미 쌍용차와 하이디스가 중국업체에 헐값에 팔린 뒤 ‘먹튀’를 당한 선례가 있는 만큼 더블스타는 장기적인 투자능력과 의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앞서 쌍용차와 하이디스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차와 BOE는 기술력만 빼간 채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따라서 더블스타는 노조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중국공장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산업은행이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도 더블스타 매각을 밀어붙였던 이유가 바로 중국공장 때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국내 공장 영업이익은 지난해를 제외한 7년 동안 흑자였다. 하지만 중국공장의 만성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해 -1569억원의 대규모 영업이익 적자가 발생했다. 중국공장은 전체 생산능력의 36%를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장인 만큼 더블스타는 4500여개의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금호타이어 판매회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해외매각에 찬성하면서 극적으로 법정관리 위험을 넘기긴 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며 “더블스타와 노조가 서로 약속을 지켜 신뢰를 쌓는 것이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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