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04 05:06

의원시절 "보험업법, 삼성 지배구조 위해 예외둔 것" 지적

<사진=뉴스웍스 합성, 김기식 SNS>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대기업 금융그룹의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이 발표되자 대기업들이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이 상호·순환출자 구조가 심각하거나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금융그룹에 자본 확충이나 내부거래 축소 등 경영개선계획 수립을 권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 발표했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이다.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금융당국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금융시장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계열사 간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이번 모범규준은 삼성생명을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현행 보험업법은 대주주나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을 막기 위해 보험사가 가질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원가 기준 5000억원대 수준이기 때문에 ‘데드라인’을 넘지 않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 중인 주가를 반영해 시가로 계산해 보면 총자산의 10%에 육박한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중공업 등 주요 비금융사의 지분을 약 27조원 가량(2017년 말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는 김 금감원장이 이끌게 될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 금감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김 금감원장은 지난 2015년 4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보험업법에 대해 “오로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위해 예외를 둔 것”이라며 지적했다.

업계는 김 금감원장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삼성생명이 가진 비금융사 주식 가운데 20조원 가량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도 2020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예고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비금융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금융사와 금융사가 함께 묶여 순환 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려면 ‘지분 매각’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위가 이번에 발표한 모범규준은 3개월간의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7월부터 시범 적용된다.

금융위의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과 함께 정치권에서도 보험업안 개정을 본격화했다. 지난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종걸‧김영주‧박용진 의원 등이 비슷한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업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유예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분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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