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4.10 05:00

편의사양·내장디자인 아쉽지만 정숙성·승차감·파워트레인 '우위'

아틀란틱 블루 컬러가 적용된 2018 코란도 투리스모. <사진=박경보 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라는 말이 있다. 겉보기엔 보잘 것 없지만 내용은 겉보다 낫다는 의미로 쓰이는 이 말은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에 딱 어울린다. 그런데 볼품없던 뚝배기도 성형수술(페이스리프트)를 거치더니 몰라보게 예뻐졌다. 이제 장맛을 제대로 인정받을 때다.

지난 1월 3일 출시된 2018 코란도 투리스모는 2013년 첫 선을 보인 이후 5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특히 전면부는 구형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큰 폭으로 뜯어고쳤다. 다소 험상궂게 보이던 인상은 훨씬 부드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은 구형보다 커지면서 웅장함을 더했고 디자인이 변경된 LED 데이라이트는 포지셔닝 램프와 결합해 일체감 있는 모습을 구현했다. 또 기존 17인치이던 휠은 18인치로 커진데다 디자인도 세련된 감각의 크롬 스퍼터링휠로 변경됐다. 후면부는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진 않지만 코란도투리스모 특유의 볼륨감이 느껴진다.

코란도투리스모는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기아차 카니발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차종이다. 주로 영업용으로 팔리는 그랜드 스타렉스를 빼면 국내 승용형 미니밴 시장은 두 차종이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3월 카니발은 5708대나 팔렸지만 코란도투리스모는 같은 기간 불과 286대에 그쳤다. ‘경쟁’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코란도투리스모는 카니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후면부. <사진=박경보 기자>

카니발이 매달 5000대 이상 판매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국내 MPV 시장은 충분히 수요가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도 코란도투리스모가 이상할 만큼 인기가 없는 이유는 빈약한 뚝배기 탓에 소비자들이 장맛을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란도투리스모의 제대로 된 장맛을 느껴보기 위해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코란도투리스모의 이번 시승차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새로 적용된 아틀란틱 블루 색상을 입었다. 앞서 렉스턴스포츠와 티볼리에서도 느꼈지만 네이비 계열의 이 색상은 쌍용차의 남성적인 이미지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 세련되면서도 무게감으로 볼수록 눈길이 가는 색상이다.

예뻐진 얼굴을 만족스럽게 훑어보며 운전석에 앉았더니 한껏 부풀었던 기대는 이내 아쉬움으로 바뀐다. 기존 코란도투리스모에서 지적됐던 ‘옛 향기’ 가득한 디자인 레이아웃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코란도투리스모의 내외관 디자인은 엄밀히 따지자면 14년 전 출시됐던 로디우스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편의사양이 추가되고 앞뒤 외관 디자인이 다소 바뀌었을 뿐 큰 틀에서 보면 거의 같은 차나 다름없다. 특히 로디우스 시절부터 이어져 온 중앙의 속도계는 볼 때마다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그나마 로디우스에서 발전해 운전석 쪽 작은 클러스터에 디지털 속도계가 추가로 붙고 순간연비와 평균연비 등이 표시되는 점은 다행이다.

<사진=박경보 기자>

이렇다보니 기본적인 편의사양들도 경쟁차인 카니발에 많이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 최근 선호되는 사양인 통풍시트와 안드로이드 미러링 시스템, 하이패스 ECM 룸미러 등은 잘 챙겼지만 정작 사이드미러 락폴딩 기능과 오토테일게이트 기능은 빠져있다. 특히 쌍용차 측은 “SUV 감성을 위해 경쟁차종과 차별화된 스윙형 도어를 채택했다”고 설명했지만 카니발이 오토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한 것을 보면 아쉬움만 더해진다.

코란도투리스모의 센터페시아 디자인. <사진제공=쌍용자동차>

하지만 뚝배기에 가려져 있던 코란도투리스모만의 깊은 장맛은 직접 주행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정차해 있을 때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달릴 때 만큼은 진국이다. MPV 모델이지만 승용감성을 추구한 덕분에 승차감과 소음, 진동 등은 카니발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안락함이 무기인 코란도투리스모는 고급 대형 세단이었던 체어맨W 플랫폼을 베이스로 삼았다. 이 때문에 승합차나 SUV만 타면 멀미를 호소하는 가족이 있다면 코란도투리스모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경쟁차종인 올 뉴 카니발이 공명음과 진동 이슈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코란도투리스모의 파워트레인은 G4 렉스턴과 마찬가지로 2.2리터 디젤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오토 미션이 맞물렸다. 약 2.3톤에 이르는 거구를 이끌기엔 부족할지 모르지만 스포티한 주행이 아닌 일상 주행환경에서는 답답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특히 디젤 차량임에도 소음이 상당히 억제돼 있는 것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디젤엔진 특성상 RPM(엔진회전수)를 낮게 쓰다 보니 엔진음이 더욱 적게 들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저속에선 특유의 디젤음이 들리지만 고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시속 100km로 주행 시에도 RPM 바늘이 2000을 넘기지 않았다.

코란도투리스모의 9인승 시트. <사진제공=쌍옹자동차>

쌍용차는 코란도투리스모를 ‘초대형 SUV’라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가도 전체적인 콘셉트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승합차 같은 슬라이딩 도어 대신 스윙도어를 채택했고 차고도 MPV 치고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동급 유일하게 후륜기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시켰다. 물론 파트타임이긴 하지만 눈길이나 빗길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특히 레저활동에 많이 쓰이는 MPV 특성을 고려해보면 더욱 빛을 발하는 사양이다. 가족을 태우고 캠핑이나 낚시를 많이 다니는 가장이라면 넓은 거주공간과 사륜구동을 갖춘 코란도투리스모는 최적의 정답지가 될 수 있다. 프레임바디가 아니기 때문에 G4 렉스턴처럼 거친 산길을 오르진 못하겠지만 임시도로나 자갈밭정도는 무난하다.

시승차는 9인승으로 총 4열로 구성됐다. 좌석을 하나씩 앉아보니 2열은 1열만큼이나 편안하고 그 뒤로 갈수록 불편함은 감수해야한다. 특히 마지막 4열은 평소 접어놓고 트렁크로 활용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인승 SUV의 3열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시승차로 약 400km에 이르는 구간을 주행하는 동안 연비는 약 10km/ℓ를 기록했다. 4륜모델을 기준으로 복합연비가 10.km/ℓ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정직한 연비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 연비 주행 시 트립컴퓨터의 평균연비는 12km/ℓ 가량을 기록했고 시내에선 7km/ℓ 대였다. 큰 체구에다 사륜구동까지 적용됐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연비다.

◆ 총평
2018년형 코란도투리스모는 개인적으로 쌍용차의 최고 인기모델인 티볼리보다도 예뻐졌다. 사실상 14년간 풀체인지를 하지 못한 탓에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기엔 아까운 차라는 생각이 든다. 승용차 수준의 안락한 승차감을 확보한 코란도투리스모는 가족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기 충분했고 특히 높은 차고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춰 캠핑이든 낚시든 전혀 부담이 없다. 특히 소음과 진동억제력, 그리고 승차감은 경쟁차종보다 확실한 우위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편안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름처럼 ‘투리스모’를 선택지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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