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2.15 16:40
김정호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보다 '복수통화바스켓'에 더욱 연동해  움직일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내용으로 위안화의 달러화 페그(Peg) 완화를 시사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바스켓 통화의 구성이나 위안화 환율제도 변화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환율제도는 이전까지 달러화 페그 (Peg)와 관리변동 환율제도를 오갔으나 2010년 이후 명목상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복수통화 바스켓 시행에도 위안화의 실질적인 가치는 정부에 의해 관리되었다. 2010년 이후 위안화 바스켓의 주요 통화들인 선진통화들이 약세를 보였지만 정작 위안화는 강세흐름을 보였다. 이는 위안화 국제통화 및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위한 중국외환당국의 위안화 가치 보전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인민은행, 달러화 페그 폐지를 통해 무엇을 노리나?

달러화 페그 폐지는 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변경으로 인한 글로벌 환율 흐름에 대응, ② 위안화 SDR 편입으로 인한 중국 외환 시스템의 변경에 대비하기 위한 인민은행의 정책적 안배로 판단된다.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에 미국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 강세가 예상됨에 따라 위안화가 달러화 가치에 연동될 경우 타 통화대비 강세는 불가피하다. 중국은 제조업체 채산성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해 지난 9월 FOMC 직전에도 환율제도를 유연하게 변경(시중환율, 고시환율 괴리 축소)해 달러화 강세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면서도 독립적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는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래 위안화는 경기부침에 상관없이 줄곧 강세정책을 유지했다. 중국의 무역비중은 글로벌 대비 13%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제한했기 때문에 무역비중에 비해 실제 위안화로 결제되는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위안화의 자본시장내 금융거래 역시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SDR 편입 이후, 구도의 변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SDR 편입조건에 따라 중국은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허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외환시장에서는 거시변수에 따른 통화수요 차이가 발생한다. 이 경우 독립적인 통화정책이나 고정환율제를 폐지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폐지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안화 약세 재료 우위의 시장. 그러나 대규모 약세는 제한

향후 위안화 환율은 달러화뿐만 아니라 유로화와 엔화 등 타 통화에 대해서도 연동하여 가치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외환거래시스템 (CFETS)이 발표한 위안화 지수는 향후 인민은행이 적용할 위안화 바스켓 통화 비중에 대한 유추를 가능케 한다.

이 지수는 13개 통화로 구성, 지수 통화 바스켓의 비중은 달러화 26.4%, 유로 21.4%, 엔화 14.7% 등이다. 이를 참고하면 위안화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의 경기둔화양상 지속으로 인민은행의 추가 통화정책 패키지가 예고되어 있는 점, 그간 위안화가 경기상황에 비해 타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시장의 인식 역시 위안화 약세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과 같은 대규모 절하는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SDR편입 이후 여러 차례 위안화의 통화가치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물론 SDR 편입 이후 정책적 운신의 폭이 커졌으나 위안화의 국제통화화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어서 위안화 가치의 급변동은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나아가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사안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민은행 고시환율과 외환보유고를 통해 위안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