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2.15 17:02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
청년(15~29세) 실업자가 2012년 31만 명에서 올해 상반기 44만900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청년실업률도 올 2월 11.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학가에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인구론(인문계 출신 90%가 논다) 등 신조어가 널리 퍼져있다. 취업하기가 어렵다 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의 스펙 쌓기 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소위 5대 스펙(학교, 학점, 토익, 자격증, 어학연수)에 인턴, 봉사활동, 수상실적이 추가된 8대 스펙을 쌓으려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있다. 

최근 대기업은 좋은 스펙이 취업준비생의 능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펙을 덜 보는 탈스펙 채용이나 아예 보지 않는 스펙타파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SK, LG, 롯데, KT, 신세계 등 5개 그룹은 일반전형과 별도로 대학, 학점, 영어성적 등 스펙을 보지 않고, 프레젠테이션(PT)이나 공모전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KT, 신세계 등 3개 그룹은 마니아, 파워블로거, 특정 분야 달인 등과 같은 특별한 경험을 우대해 채용 중이다. 신세계와 LG 등 2개 그룹은 현장에서 인재를 발굴해 채용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3년부터 인문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SCSA’(삼성컨버젼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참가자는 6개월간 채용내정자 신분으로 삼성전자,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관련 교육을 받은 후, 수료 시 해당 기업에 입사한다. 교육비는 전액 삼성에서 부담하는데, 교육을 받는 6개월 동안 1인당 총 1,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2013년부터 ‘The H’ 전형을 실시 중이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대학교에 방문해 입사대상자를 캐스팅하고 3개월간 근교여행, 식사, 선배 직원과의 모임 등을 통한 인성 평가를 통해 최종 선발한다. 

SK 역시 ‘SK 바이킹챌린지 오디션’을 통해 탈스펙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서류에 이름과 생년월일 등 최소 정보만을 기입하여 자유형식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제출하면 된다. 서류심사에 합격하고 나면 15분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자기PR면접과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선발 후 2개월간의 인턴과정을 거쳐 SK계열사로 입사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해 4월부터 전국 대학에서 지식향연(인문학콘서트)을 개최해 ‘청년영웅단’으로 선발되면 서류→필기→1차 면접을 면제해준다 ‘S-Scout’라는 현장인재발굴 제도는 현장근무자가 추천하는 마니아, 파워블로거, 대회 수상자 등 특별한 경력 보유자를 우대 선발한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815명의 대학생 중 59.4%가 취업을 위해 휴학과 졸업유예를 했다. 이 중 37.8%는 취업 준비 또는 스펙을 쌓으려고 휴학을 했거나 졸업을 연기했고, 21.6%는 앞으로 그럴 계획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취업 하려는 곳은 대기업(23.6%), 공무원(20.1%), 중견기업(14.7%), 중소기업(10.1%), 금융기관(3.7%), 외국계기업(2.3%) 순이었다. 

청년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금과옥조로 여기는 스펙을 대기업은 오히려 덜 보는 추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취업준비 카페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스펙 쌓는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취업준비생들이여 스펙경쟁에서 벗어나 실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신만의 강점을 찾는 취업전략을 연구할 때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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