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18.05.04 17:20
뉴스웍스 한재갑 기자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남북의 대치 상징인 판문점에서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 여운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기도 전에 정상회담 이후부터 ‘함흥냉면’ 집이 북새통을 이루는 기현상만 봐도 국민 기대와 관심을 가늠할 수 있다.

기현상은 선거에도 마찬가지다. 6.13 지방선거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하기도 전에 경기북부의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도 선거 분위기는 대체로 수원 등 경기남부를 시작으로 선거 말미에나 경기북부로 확산돼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난 30일 파주 임진각과 연천 군남댐 일대를 찾아 경기북부에 통일경제특구 설치, 접경지역 생활환경 개선 등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와 관련한 공약을 쏟아내며 일찌감치 경기북부 주민들의 마음잡기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측이 서둘러 경기북부로 달려간 것은 충분히 이해간다.

경기북부는 지역적 특색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곳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보수의 텃밭을 자처해온 곳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는 50.43%를 득표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49.56%)에게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경기북부는 남 지사에게 60%를 넘는 ‘몰표’로 그의 당선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측은 경기북부지역 민심만 잡으면 사실상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 되면 경기북부는 경제·관광·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니 당연한 셈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북부의 표심이 ‘쉽게’ 바뀔 것이라고 단언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조지 레이코프(G.Lakoff)는 자신의 저서에서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따라서 투표한다는 가정은 심각한 오해”라고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누구를 지지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장 닮아 있는 사람에게 표를 준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치심리학에서 ‘계급배반투표’라고 한다.

선거는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사건이 투표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특히 저학력 또는 고령층은 정보 부재로 인해 자신의 이익에 대한 확신이나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불확실성은 이들이 결국 자신이 오랫동안 관여하고, 지지해왔던 정당에 투표하도록 하는 원인이다.

지난 대선에서 성주의 표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성주는 대선 당시 사드배치로 이슈의 한 중심에 있었다. 주민 절대 다수가 사드배치를 반대하며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56.2%를 얻었다. 사드배치 찬성을 주장했던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합치면 75%이상이다. 사드배치 입장을 유보한 문재인 후보는 18.1% 득표에 그쳤고, 사드배치를 반대했던 심상정 후보는 5.7%에 불과했다. 사드 배치라는 이슈는 결국 표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여튼, 정치가 생물이듯 선거도 생물이다. 결과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남북의 훈풍이 경기북부 표심을 녹여낼 지, 아니면 단단한 그들의 ‘정체성’만 확인할 지 의미있는 관전포인트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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