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8 11:58

이원희 현대차 대표 "진정성과 절박성 헤아려 지지해 달라"호소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왼쪽)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자문사까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등을 돌렸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특히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자문사들의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될 전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7일 의결권전문위원회를 열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에 입장을 전달했다.

또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자산운용사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또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역시 분할합병의 합병비율과 목적이 주주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문사인 ISS도 지난 16일 “거래 조건이 한국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지만 해당 거래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 보인다”며 29일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와 함께 양대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 역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의심스러운 경영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반대 결정을 내렸다.

앞서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 11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계열사 지분 총 10억달러(약 1조원)를 확보한 엘리엇은 다른 주주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해 반대표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공격에 이어 국내외 5곳의 의결권 자문사가 잇따라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더욱 험난해지게 됐다.

오는 29일 열릴 현대모비스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 안건 통과가 불확실해지자 다급해진 현대차는 대표이사까지 나서 주주달래기에 들어갔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지배구조 개편은 기존 사업구조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추진됐다”며 “이 같은 진정성과 절박성을 널리 헤아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지지를 요청드린다”고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호소에도 의결권을 가진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도록 분할합병 비율이 산정돼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는 분석이 신빙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1년 정의선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100% 출자해 설립한 기업으로 이들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국민연금의 결정이 분할합병 여부를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지분의 31%를 갖고 있고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9.82%다. 따라서 지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안건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초 금융투자업계는 칼자루를 쥔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이 분할합병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만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를 권고하면서 국민연금은 큰 고심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크게 데인만큼 이번에는 더욱 신중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합병문제로 크게 지탄받았던 국민연금은 이번엔 몸을 사릴 가능성이 높다”며 “잡음을 피하기 위해 독립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자문 계약을 맺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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