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6.09 06:00

'펀드라이빙'을 위한 짜릿한 스포츠세단…노면소음·통풍시트 부재는 아쉬워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사진제공=혼다코리아>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혼다를 대표하는 중형세단 어코드가 완벽히 새로워진 10세대로 돌아와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시장에서 4만여대가 판매된 어코드는 작심한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롭게 단장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가 매달 발표하는 수입차 등록통계를 보면 최근 수입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양분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 4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각 7349대와 6573대를 판매해 전체 수입차 시장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가져갔다.

상위 2개 업체의 점유율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5월 역시 이 같은 양상은 이어졌다. 다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형 티구안을 내세운 폭스바겐이 시장 3위로 뛰어올랐다는 것뿐이다.

지난달 10일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혼다 어코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독주체제를 깨뜨릴 복병이다. 물론 아직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지난 2008년 단일모델 최초로 월간 1000대를 돌파하며 수입차 대중화의 선봉에 섰던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시 어코드의 활약으로 혼다코리아는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었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이번에 시승한 10세대 어코드는 2.0 터보 스포츠(Turbo Sport) 모델이다. 최고출력 256마력, 최대토크 37.7kg.m의 힘을 내는 2.0 가솔린 터보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파워트레인은 차체를 경쾌하고 날렵하게 이끌었다. 액셀레이터에 발을 올린 채 평소대로 주행하다보면 어느새 속도계가 시속 180km를 넘어가고 있어 브레이크를 밟는 것을 반복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들이 수차례 강조했던 ‘압도적인 자신감’이라는 말이 왕복 약 104km를 시승하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을 정도로 주행안정성과 동력성능이 일품이었다. 탄탄한 하체와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증명한 어코드는 짧았던 시승이 아쉬웠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스포츠모드로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면 이차의 정체성을 더욱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어코드는 노멀모드로 주행시 ‘스포츠’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을 보여 여느 중형세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스포츠모드의 어코드는 전혀 다른 운동능력과 성격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스포츠모드에서는 비록 인공음이지만 그르렁거리는 배기음이 재생됐고 서스펜션의 감쇄력도 강해졌다. 또 10단에 이르는 변속기의 변속 타이밍도 최대한 늦춰지면서 ‘운전의 즐거움’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실내 디자인. <사진제공=혼다코리아>

다만 고속도로 주행시 하체에서 들려오는 타이어 소음은 다소 아쉬웠다. 특히 2.0 모델은 19인치에 이르는 커다란 휠이 달려있는데다 1.5 모델과는 달리 혼다의 고유기술인 휠 레조네이터 기술이 빠져있는 것도 한 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 레조네이터 기술 삭제와 관련해 혼다코리아 측은 “정숙성 보다 다이내믹한 동력성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코드 2.0의 또 다른 진가는 업그레이드 된 혼다 센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속 추종 장치와 오토 하이빔이 추가된 어코드의 혼다 센싱은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사고예방을 돕는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특히 어코드의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을 고속도로에서 직접 사용해본 결과 약 15초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더라도 알아서 차선을 맞추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저속 추종 장치(ACC) 역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에서 빛을 발했다.

또 2.0 모델에만 적용된 레인 와치 시스템도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돕는 비밀병기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조수석 측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하는 사각지역이 실내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운전석 쪽에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실제 운전시 상당한 만족감을 제공했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의 실내공간과 트렁크공간. <사진=박경보기자>

이 밖에도 어코드 2.0은 원격시동장치, 무선충전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토 파워폴딩 사이드미러, 애플카플레이 지원 오디오, 운전석 8웨이 파워시트, 멀티앵글 후방카메라 등 다양한 편의사양으로 무장했다. 고급 편의옵션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사양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산차에서 선택할 수 있는 통풍시트 옵션이 4000만원이 넘는 차에 없는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

한편 10세대 어코드의 디자인은 뛰어난 동력성능과 편의사양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최근 일본차들은 과도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곤 했으나 이번 어코드는 과한 느낌없이 세련된 이미지로 다듬어졌다.

차체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아차 스팅어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다. 낮은 전고와 길어진 전폭 및 휠베이스로 낮게 깔린 듯한 인상을 주는 어코드는 스팅어와 마찬가지로 패스트백 디자인이 적용돼 한층 역동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특히 전면부의 풀 LED 헤드라이트와 LED 안개등은 깔끔하면서도 스포티한 인상을 빚어내는데 일조했다.

특히 어코드는 전폭과 휠베이스가 전작 대비 각각 10mm, 55mm씩 늘어난 덕분에 실내공간이 여유로워 패밀리 세단으로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 총평

혼다 어코드는 지난 40여년간 전 세계 160개국에서 2000만대 이상 판매된 명실상부한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다. 특히 이번 10세대 어코드는 동력성능, 편의사양, 디자인,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수입차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토요타 캠리와 폭스바겐 파사트GT에 비해 뒤처질 부분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노면 소음과 통풍시트의 부재 정도다. 연비도 시승하는 동안 8km/ℓ 수준을 기록했지만 급가속이 잦았던 주행환경과 10.8km/ℓ의 복합연비를 고려하면 흠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경쟁력과 상품성을 제대로 갖춘 만큼 진가를 제대로 알리기만 한다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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