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6.20 05:16

김상조 위원장의 "비주력 계열사 매각" 발언후 큰 손실...손배 요구

홍원표 삼성SDS 대표가 지난 4일 인공지능·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금융플랫폼 넥스파이낸스를 공개하고 디지털 금융사업 추진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SDS>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대기업 총수일가의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는 삼성SDS의 소액주주들이 "주가급락으로 막대한 재산손실을 입게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주주가치 제고방안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 소액주주모임은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주가가 폭락한 삼성SDS 소액주주들의 피해에 대해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공정위에 발송했다. 피해에 대한 대책이 없을 경우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모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발언한 14일 이후 삼성SDS의 주가는 14% 급락해 2조3000억원 규모의 시총이 사라졌다. 특히 소액주주모임은 공정위의 요구대로 대주주의 주식매각시 오버행(대량의 매도대기 물량)으로 주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14일 22만8500원이었던 삼성SDS의 주가는 18일 종가기준 19만5500원으로 뚝 떨어졌다. 다만 19일은 전일 대비 1만500원 오른 20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소액주주모임은 “그룹의 주력회사와 비주력회사를 구분하고 비주력사의 주식을 팔라고 요구하는 법적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주주의 자유로운 경제행위와 사유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불법적이고 반시장적 강압”이라고 비판했다.

또 삼성SDS가 비주력 계열사라는 평가와 관련해 “블록체인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시너지를 내는 그룹의 주력계열사”며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도 주력사업이 아니라는 말로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SDS 소액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십건의 청원글을 올리는 등 투자손실에 따른 대책 마련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측에도 김 위원장이 제기한 일감몰아주기 해소와 주주가치 제고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사측에 건의했다.

소액주주모임은 “삼성전자는 삼성SDS 주식을 22.58%를 가지고 있는 1대주주”라며 “특히 삼성전자가 AI‧플랫폼 사업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삼성SDS와 합병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을 요청했다.

또 일감몰아주기 해소 대책으로는 “삼성SDS는 약 2조85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한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성장시켜 논란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주장과 관련해 “분명히 비상장 계열사라고 말했다”며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기조강연에서 “분명 비상장 계열사라고 했는데 어느 상장회사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력사업이 아닌 계열사가 비상장인 상태에서 대주주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며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고 공정거래를 해치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삼성SDS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삼성SDS 소액주주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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