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6.20 16:33

역대 가장 빨리나온 일괄제시안…노조는 '파업명분'으로 삼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3일 울산공장에서 2018년 투쟁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는 20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12차 임단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따라 전례없는 ‘6월 일괄제시’ 카드까지 꺼냈지만 파업에 대한 명분만 챙겨준 꼴이 됐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2시 25분까지 제12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다.

이날 사측은 기본급 3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100만원 지급 등을 포함한 일괄제시안을 전달했다.

사측이 일괄제시안을 내놓은 것은 소모적인 기존의 교섭 패러다임을 바꿔 하기휴가 전에 교섭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측이 12차 교섭 만에 일괄제시안을 전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일괄제시안에는 임금성 뿐만 아니라 노조가 요구했던 사회 양극화 해소 등의 특별요구안에 대해서도 “공동 노력하겠다”는 문구가 담겼다. 또 임금도 완전한 동결이 아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상승분을 적용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결렬시켰다.

이날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사측은 조합원들이 납득 못할 터무니없는 안을 제시하고 노조의 양보만을 주장했다”며 “더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며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교섭장을 빠져나왔다.

이에 따라 노조는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뒤 다음 주 초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대책위원회 구성 등 파업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섭은 결렬됐지만 노사 간 실무협의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수당 간소화와 임금체계 개선, 조건없는 정년 60세 적용,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보통 현대차의 일괄제시안은 7~8월 경 나오지만 상당히 이른 시간에 일괄제시안이 나왔다”며 “하지만 노조는 이를 파업에 대한 명분으로 삼고 결렬을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파업을 위한 중노위 조정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교섭 타결을 위한 노력에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따라서 애초에 파업을 염두하고 있었던 노조는 사측이 불과 12차 교섭 만에 내놓은 일괄제시안을 파업의 단초로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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