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7.11 12:05

"립서비스와 사진 아닌 해고자 손해배상부터 해제해야"

문재인(가운데) 대통령과 박용만(왼쪽) 대한상의 회장, 라세쉬 샤 인도상의 회장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타지 디플로매틱 엔클레이브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인도에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립서비스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 조치와 정부 당국의 진정성 있는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뉴델리 인도 총리실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마힌드라 회장과 쌍용차의 노사화합과 투자 등에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는 노사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어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마힌드라 회장은 "현장에 있는 경영진이 노사간에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조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정부가 출범 1년 간 쌍용차 사태에 대한 대책이 없다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벌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11일 논평을 내고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외국 만찬장에서의 덕담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며 “해고자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문 대통령과 마힌드라 회장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아닌 정부의 실효성 있는 조치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앞서 1993년 쌍용차에 입사해 2009년 정리해고됐던 48세의 김모 조합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자택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량해고 사태가 터진 뒤 지난 9년 간 벌써 30번째 죽음이 발생하면서 쌍용차의 해고자 복직 문제는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노조는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고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부터 해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 조합원도 24억원에 달하는 경찰 손해배상에 시달렸다”며 “생활고에 직면한 장기 해고자들에게 2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는 이미 사형선고”라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마힌드라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쌍용차에 향후 3~4년 내 1조3000억여원을 더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투자유치라는 명목으로 해고자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추가투자는 일자리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해고자 130명 전원의 원직복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또 국가권력의 사과는 물론 희생자를 비롯한 모든 쌍용차 조합원의 명예회복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쌍용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액과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등을 사용하고 노조도 화염병, 사제박격포 등으로 맞서면서 큰 논란이 빚어졌다. 이 사건으로 당시 쌍용차 노조 지부장이었던 한상균을 비롯한 64명의 조합원들이 구속됐다.

당시 2646명이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됐고 이번에 사망한 김모 조합원을 포함해 해고자와 가족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사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