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7.19 16:52

제조직 교섭장 봉쇄사태…20차교섭서 합의해야 여름휴가전 타결 가능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제조직 '공동행동' 소속 조합원들이 19일 울산공장 본관을 점거하고 교섭위원들의 교섭장 입장을 차단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의 핵심쟁점이었던 '8+8 근무제'에 대해 사측과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집행부가 사측에 기득권을 내주는 모양새로 비춰지자 노조 제조직들이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부 제조직이 교섭장을 봉쇄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노조 내부갈등이 올해 임단협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19일 20차 교섭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여름휴가 전 타결 목표는 물건너가게 된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현장 제조직인 ‘공동행동’은 이날 울산공장 본관 로비를 점거해 교섭위원들의 20차 교섭을 막아섰다. 집행부는 세 번이나 점거철회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이에 교섭위원들은 오후 2시 40분경 지부로 복귀했다. 공동행동은 약 1시간 뒤인 3시 45분 경 봉쇄를 풀어 현재는 교섭장이 열린 상태다.

공동행동은 지난 18일 열린 제19차 교섭에서도 교섭장을 봉쇄하고 하부영 지부장을 가로막았다. 당시 현대차 노사는 8+8 근무 관련 내용에 합의하고 최종 문구를 수정하는 중이었으나 돌발사태로 인해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했다.

이번 교섭장 봉쇄 사태를 이끈 사람은 해고자 출신 엄길정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 제1공장 대의원 대표까지 지낸 엄씨는 ‘불법집단 행동 및 형사 유죄판결’을 이유로 지난 2014년 해고당한 인물이다.

정규직이었던 엄씨는 지난 2010년 울산 1공장을 자동화시키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던 사측에 맞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엄씨는 이 과정에서 신차 투입을 막는 라인정지 투쟁과 공장 점거 파업 등을 벌여 사측에 손실을 입혔고 26억5000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떠안은 채 해고당했다.

이날 엄씨는 제조직 공동행동을 이끌고 교섭장을 봉쇄한 뒤 해고자 복직과 8+8 합의 안건 철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교섭장을 봉쇄하고 교섭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는 노조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작태”라며 “여름 휴가전 타결의 희망을 안고 있는 전 조합들의 염원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노조 집행부와 사측의 교섭에 현장 활동가와 제조직들이 반기를 드는 이유는 ‘기득권을 내준 합의내용’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19차 교섭에서 사측의 UPH(한대당 생산하는 시간) 0.5 향상과 현행 조기출근 5분 유지 요구를 받아들이고 합의했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들은 8+8.33 형태로 근무하고 있어 올해 임단협은 ‘완전 8+8 근무’에 맞춰져 있다. 25분(조기출근 5분+연장근무 20분) 추가근무를 떼어내고 1조 2조 모두 8시간씩만 근무하겠다는 요구지만 집행부는 0.5UPH 수용으로 10분을 양보한 셈이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최대 쟁점이었던 8+8 안건에 합의하면서 목표인 ‘여름휴가 전 타결’에 한걸음 다가가게 됐다. 하지만 제조직들이 교섭과정에 꾸준히 반발해오고 있는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여름휴가는 오는 30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일정 등을 고려하면 당장 19일 교섭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특히 잠정합의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 사실상 휴가 전 타결은 어려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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