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8.01 12:00

스티브 그래닉 IBS 연구단장 연구팀

그래핀 주머니를 채운 용액 종류에 따라 공기방울 형성 시간이 달라진다.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기자]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중수(D2O)를 이용한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긴 시간동안 생체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중수를 넣은 그래핀 주머니로 유기 고분자 시료 손상을 늦춰 연구적으로 유의미한 전자현미경 관찰 시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몸은 액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용액 내에서 생체물질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스티브 그래닉 단장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액체가 든 얇은 그래핀 주머니를 고안해 전자현미경 사용시 발생하는 시료 건조 문제를 해결하며 무염색 고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관찰했다.

하지만, 그래핀 주머니 안에 있는 물 역시 빠른 속도의 전자와 만나면 수소와 과산화수소 등으로 분해된다. 액체 환경이 무너지면서 시료인 생체 고분자가 손상되고, 그래핀 주머니 안에 공기방울이 생긴다. 기존에는 물에 글리세롤 등 다른 물질을 섞어 전자빔의 영향을 줄여왔다. 

연구진은 일반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져 신체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중성자가 있는 중수소로 구성돼 전자와 상호작용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 중수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중수에서와 물에서의 고분자 손상을 비교했다. 고분자가 손상되지 않고 투과전자현미경에 관찰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중수 안의 고분자가 2배 가량 더 오래 관찰되어 시료 손상이 훨씬 늦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 

중수 안 고분자는 그래핀 바닥과의 흡착-탈착 과정 및 점프 현상을 나타내며 실제 물 속에 있는 분자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연구진은 중수가 든 그래핀 주머니가 다른 용액을 넣은 주머니에 비해 얼마나 오래 액체환경을 유지하는지 측정했다. 다른 용액 주머니가 일정시간 전자빔에 노출되었을 때, 최대 150초 가량 후 공기방울이 주머니에 가득 찼다. 중수가 든 그래핀 주머니에서는 이 시간이 200초 이상까지 늘어났다.

이번 연구는 액체-투과전자현미경 분야에서 중수를 이용한 첫 사례다. 중수는 상업적으로 구매도 용이하고 별다른 처리과정이 필요 없어 많은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공동 제 1저자인 후안 왕 연구위원은 “우리는 전자현미경에서 고분자 시료가 손상되는 문제를 근본적인 단계에서 진전시켰다”며 “2017년 노벨상을 수상한 저온전자현미경에서도 중수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관찰시간이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체-투과전자현미경 분야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시료 손상 문제를 개선하며 생체분자의 작동원리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CS나노 온라인판에 지난 18일자에 게재됐다. 

스티브 그래닉(왼쪽부터) 연구단장, 후안 왕 연구위원, 마나사 칸둘라 연구위원, 김예진 연수학생, 권오훈 참여연구위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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