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8.29 18:19

[뉴스웍스=박경보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이 1심과 동일한 중형을 구형함에 따라 롯데그룹에 위기감이 커졌다.

검찰은 29일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와 롯데 총수일가 경영권 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사실상 1심과 동일한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지난 2월 13일 신 회장이 구속된 이후 200일 동안 대규모 투자 결정을 전면 보류해 온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총수 부재가 장기화할수록 경영상 타격이 커질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실제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적극 소명에 나섰던 롯데그룹 측은 검찰 구형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16년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로 인수를 포기했던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 사례처럼 투자 적기를 놓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해외 사업과 국내외 인수·합병(M&A)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왔으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논의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올해에만 베트남 제과업체,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미국 호텔체인, 유럽 화학업체 인수 등 국내외 10여 건, 총 11조원 규모로 M&A를 검토했지만 신 회장 부재 탓에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다.

롯데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해온 지주사 체제로 전환도 답보상태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려면 편입 계열사를 확대하고 2년 내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아직 첫발도 못 뗐다.

올해 투자와 채용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입공채 및 하계 인턴은 지난해 수준으로 채용했지만 하반기 계획은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내외 여건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오너까지 없다보니 투자나 고용계획을 전문경영인들이 결정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롯데가 직면한 어려움과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실제 주변 여건이 어려워지면 전문경영인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오너의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다. 지금 롯데그룹이 처해 있는 상황이 바로 이 같은 모양새다.

법의 잣대에서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신 회장이 벌을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롯데와 한국경제가 처해 상황을 감안해 좀 더 너그러운 판단을 하면 어떨까. 신 회장은 영어의 몸이 된 지난 7개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험은 분명 그가 앞으로 롯데그룹을 경영하는데 약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가 잘못한 과(過)를 한국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공(功)으로 갚을 수 있는 기회를 한번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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