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기자
  • 입력 2018.09.03 11:58

[뉴스웍스=이수정기자]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多)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 8개월 만에,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은 최근 치솟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의 집값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임대등록 세제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 다주택자들이 최장 8년간 집을 임대로 내놓으면 세제 혜택을 주되 임대료 인상 폭을 연간 5% 이내로 묶으면 집값과 전·월세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8·2부동산대책 시행 1년이 지난 지금은 임대사업자 증가가 오히려 주택 가격 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 등 수요가 많은 곳의 아파트가 임대주택으로 묶이면서 매물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 거래는 주는데 집값은 오르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 부정적인 정권 지지층의 반발마저 커지자 정책 조정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책 안정성 훼손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임대주택사업자들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이 목표였다. 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료를 1년에 5% 넘게 올리지 못한다는 장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에서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작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후 임대사업자 장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이로 인해 작년 7월 22만9000명이던 민간 등록 주택 임대사업자 수는 1년 만에 33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바꾼다고 하는 정부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각종 혜택이 많으니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라고 적극 권장한 국토부가 앞장서 정책을 바꾸겠다고 우왕좌왕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8·2대책 발표 1년도 되지 않아 정책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정부의 큰 그림이 없다는 반증”이라며 “이번 사례는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깎아 내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정부 내에서도 조율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혜택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 세법 개정안에서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줘 임대물량 공급을 늘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줬는데 이제 와서 세제 혜택을 철회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발언은 얼마 전 서울 용산과 여의도를 통합개발하겠다고 밝혀 안정돼가던 서울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했던 김 장관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정책 책임자의 발언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잘못하면 시장왜곡을 초래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신중하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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