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9.07 22:47

[뉴스웍스=문병도기자]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기)이 끝났는가.

글로벌 투자은행(IB)와 국내 증권가 사이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는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반도체 산업이 둔화됐다며 최근들어 잇따라 '매도'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는 단기조정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아직까진 우세하다. 

반도체 쏠림 현상이 극심한 한국 경제 구조에서 이는 매우 예민한 문제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 이 구조가 무너질 경우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60%, SK하이닉스는 3.68% 하락했다. 6일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하루만에 9.87% 떨어져 마감하며 최근 3년 동안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가 하락의 원인 제공자는 부정적 반도체업종 보고서를 낸 모건스탠리였다. 

숀 김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D램은 수요 감소로 재고가 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낸드(NAND)의 경우 공급 초과 상태"라고 진단했다. PC와 스마트폰, 서버업체 등 주요 고객사에서 최근 2주 동안 반도체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량은 점점 쌓이고 있어 가격 하락이 유력해졌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반도체업황을 놓고 지금과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로 바뀌기 시작하고 D램 공급 부족도 완화되며 반도체업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 역시 "반도체 수요처들이 주문을 미루고 있다"면서 "내년 D램 가격은 올해 대비 15∼2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월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정 수준의 가격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고 차량용 반도체 등의 신규 수요가 늘어 과거와 같은 가격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5세대(5G) 이동통신을 구현하는 데 핵심이 바로 반도체여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이 진행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수요와 공급의 다이내믹스를 감안할 때 설령 메모리 업황 둔화기가 온다하더라도 그 길이와 깊이는 단기적이면서도 매우 얕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황 악화와 주요 기업들의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견조한 수요 증가에 따른 호황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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