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7 10:47

新경제지도 구상 구체화 가능성…"대북제재 해제부터 선행돼야"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18일부터 열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4대그룹 최고 경영진이 포함되면서 향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대북제재 등 현실적인 여건 상 실질적인 논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6일 발표한 특별수행원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17명의 경제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방북하게 됐고, 삼성의 총수일가가 북한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7년 2차 회담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지난 6월 부친인 故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LG의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실질적인 대외활동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시작하게 됐다.

4대그룹 가운데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총수일가로 수행원이 꾸려졌다. 정의선 부회장은 자동차 관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라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이 평양땅을 밟게 된 이유는 직접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대기업 총수가 와야한다는 북한 측의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에서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4대그룹 경영진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도 함께 방북길에 오른다.

국내 경제인들이 대거 방북하게 되면서 향후 어떤 대북사업이 나오게 될지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남북경협 방안이 제시됐던 지난 2007년 10·4 선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구체화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맞물려 남북경협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지난 2000년 확보한 북한 내 통신·철도·관광과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7개 사업권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임 비서실장은 이번 명단을 발표하면서 "가급적 경제인과 경제단체장을 많이 모시려고 노력했다"며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동‧서해안, 남북 접경지역을 러시아와 중국으로 연결시켜 에너지·자원, 물류라인을 대륙까지 확장하는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서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방북에 동행한 대기업 총수와 기업인들은 북한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4대그룹은 북한이 취약한 정보통신기술, 건설, 정유·석유화학, 철도 등 대부분의 인프라 분야에서 주력 계열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구체적인 경협방안을 논의하긴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물론 물적· 인적자본의 이동이 차단된 상태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17일 논평을 내고 한국 재계 경영진들의 방북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특정분야 제품을 비롯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재계 경영진의 방북은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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