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15.12.29 16:26

단원들에 편지…내년 9차례 공연도 모두 취소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결국 서울시향을 떠난다.

정 예술감독은 29일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를 만나 사의를 밝히고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예술감독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 감독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이제 서울시향에서 10년의 음악감독을 마치고 여러분을 떠나면서 이런 편지를 쓰게 되니 참으로 슬픈 감정을 감출 길이 없다”며 “제가 여러분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 청중과의 약속을 위해 지휘하기로 했던 내년 9차례의 정기공연도 모두 취소하고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서울시향 ‘합창’ 공연을 끝으로 지휘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예술감독의 결정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은 재계약위한 서울시향 이사회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정 감독의 부인 구모 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서울시향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이달 중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고 28일 이사회에서 재계약안이 보류되면서 서울시향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정 감독은 편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박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막말 논란 이후 이어진 정 감독과 직원들을 둘러싼 각종 시비와 경찰 조사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일일이 거론하며 부당함을 토로하면서 이 문제를 사임의 주된 이유로 거론했다.

정 감독은 편지에서 “하지만 제게 음악보다 중요한 게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인간애이며 이 인간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향의 경우처럼 전임대표에 의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인간의 존엄한 존재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 17명의 직원들을 돕는 것도 ‘인간애’의 문제”라며 “지금 발생하고 있고, 발생했던 일들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훨씬 넘은 박해였는데 아마도 그것은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허용될 수 있는 한국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서울시향은 내년 1월 9일을 시작으로 정 예술감독을 대신할 대체지휘자를 찾는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