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6.01.04 13:22

"무죄추정 원칙 어긋나 선입견 줄 수 있어"…민사소송 땐 계속 불허

 

다른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수형자에게 사복 착용을 금지하는 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수형자는 징역·금고·구류가 확정됐거나 벌금 등을 내지 않아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4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미결 수용자와 달리 수형자는 수사·재판 때 사복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88조를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형집행법은 미결수의 재판·수사 때 사복 착용을 허용하고 변호인 접견이나 서신을 주고받는 데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무죄로 추정 받기 때문이다.

이 법 88조는 수형자가 별건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경우 마찬가지로 변호인 접견 등의 제한을 풀었지만 법정 등에 출석할 때 사복 착용은 허용하지 않는다.

헌재는 수형자라도 다른 사건의 재판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사복 착용을 금지하면 검사나 판사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복착용 금지는 이미 수형자 지위로 크게 위축된 피고인에게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법 88조를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같은 조항에 규정된 변호인 접견 규정 등이 함께 사라져 법적 공백이 생긴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올해 12월31일을 시한으로 법을 바꿀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반면 민사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에게 사복착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재판관 6(합헌):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민사재판 때는 판사가 복장에 따라 불리한 심증을 갖거나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으로 봤다. 이정미·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수치심과 모욕감, 위축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민사재판도 다르지 않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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