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04 16:02

김동연 "지역별 차등화 검토"에 노동계 "저임금 노동자 착취하는 지역차별법"
경영계는 "지역마다 물가 및 임금수준 달라 합당"

(사진=한국노총/소상공인연합회)
(사진=한국노총/소상공인연합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를 놓고 노사 간 입장차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반노동 친재벌 정책’이라며 정부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처지를 감안한 조치”라며 크게 환영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안을 둘러싸고 노사가 정면 대치하면서 향후 상당한 사회적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업종별 차등화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부결됐고 지역별 차등화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 같은 김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망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는 세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거두자는 주장과 다를 것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4일 오후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자본에게 헌납하고 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최저임금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겠다는 폭탄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지역별 물가차이를 이야기하지만 그렇다면 해당지역의 도심과 외곽의 최저임금도 달라야 한다”며 “이미 1일 생활권이 된 좁디좁은 땅 덩어리에서 지역별 최저임금이 다르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별 차등화는 저임금 노동자를 더 착취하고 지역 간 격차와 차별을 확대하는 지역차별법”이라며 “근거도 없고 실효성도 없는 지역별 차등적용 주장은 결국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무용화하려는 자본의 요구”라고 꼬집었다.

또 민주노총은 김 부총리 뿐만 아니라 고용부를 향해서도 방아쇠를 당겼다. 최저임금 주무부처가 월권을 행사하는 기재부를 규탄하지 않고 오히려 불씨를 살려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고용부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지역별 차등적용 문제는 사회적 대화와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사항”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경영계는 노동계와 달리 “지역마다 물가수준이 다르고 임금수준이 다른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김 부총리의 발언을 긍정 평가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민주노총과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지속적으로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업종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김 부총리가 언급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이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1%, 물가인상률은 1.9%였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16.4% 올라 경영계는 11.4%의 비용을 추가로 떠안았다. 이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됐다는 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연합회는 최저임금을 지역별 차등화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어 많은 기업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짐을 싸는 기업들을 붙잡아 둘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연합회는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에 앞서 규모별 차등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낮춰 경영안정을 도모해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고용지표가 크게 하락하자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결과가 아니냐는 논란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최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는 속도와 최저임금 결정방법에 관한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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