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1.26 16:41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에 그치며  ‘저성장’ 우려가 현실화됐다. 전임 최경환 경제팀이 4%대 성장을 공언했던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정부와 전문기관의 장밋빛 경제전망이 현실적 대처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성장 전망과 결과 큰 차이...문제는?

한국은행의 지난해 GDP 성장률 발표를 계기로 경제 전망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4년 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015년 GDP 성장률을 4.0%로 전망했다. 한발더 나가 그해 4월에는 기준연도 변경에 따라 4.2%까지 높였다. 무려 1.6% 포인트 차이다.

 

지난해 GDP 전망치는 대체적으로 장밋빛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을 2014년 11월에 3.8%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2.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성장률을 당초 3.8%로 내다봤다가 2.6%까지 낮췄다.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원도 각각 3.9%, 3.7% 전망치를 당초 냈다가 작년 2.6% 전후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의 하향조정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지난해의 경우 오차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행 등 정부 전망치는 정부의 재정 및 세수계획과 지출, 기업들에게는 사업계획 등에 기준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지난친 오류는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성장률이 민간 경제 주체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크고 정부로서도 예산수립 등 정책방향 결정에서 기준점이 되는 만큼 다소 부풀려 전망치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오차가 너무 크다면 정부나 기업들의 활동에 거품이 커질 수 있고 결과에 대한 경제주체의 심리적 피로감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꺼진 경제...미국발 금융위기때 수준

지난해 GDP 성장률 2.6%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란 돌발 변수가 있긴 했지만 잠재성장률 3~3.2%에서 한참 모자랐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위기와 같은 대형 경제위기가 없이 단지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때문에 이렇게 침체됐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고민을 키우고 있다.

 

특히 2012년(2.3%), 2013년(2.9%)에도 2%대 성장한 데 이어 또다시 잠재성장률을 큰폭 밑돌면서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 본격 진입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변수가 크다고 정부는 지적했지만 내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와 투자 부진 등 현실적 난제들이 주된 요인이어서 비관론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성장률이 국제금융위기 때인 2009년 -0.5%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1.4%에 그친데서도 확인된다.

 

◆ 수출한국은 옛말

지난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부진요인은 수출이었다. 민간소비는 2.1% 증가해 2011년 2.9% 이후 4년만에 2%대로 복귀했다. 저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과 함께 건설투자 (4.0%), 설비투자(5.2%)도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재화와 서비스를 합친 수출은 0.4% 성장했다. 2009년 -0.3% 성장한 것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여서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로는 최악의 한해였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의 작년 1∼11월 국가별 수출액을 보면 일본에서 21% 급감했고 중남미(-12.7%), 중동(-12.2%), 동남아시아(-7.8%), EU(-6.9%), 중국(-4.5%) 등 대부분 지역에서 줄었다.

 

수출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어서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9% 성장한데 이어 앞으로 5년간 6%대 성장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해외 전문기관들은 중국의 성장이 5%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어 한국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올해는 대중국 소비재 수출확대와 중국편향의 수출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수출의 경제기여도를 회복시켜야 올해 성장목표 3%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의 터널 탈출을 위해 1차적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수출의 성장기여도를 플러스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등 민간자산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소비를 회복시키고 기업들의 국내투자를 이끌어내는 정책을 과감하게 구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상황에서라도 선진국에 진입하면 좋지만, 그에 못 미쳐서 선진국-중진국 사이에 낀 채 성장이 멈춰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위기의식을 가지고 큰 그림의 구조개혁과 혁신에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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