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0.29 14:57

김영주 "법률검토 의견 받고도 이사회 없이 계약 체결"
참여연대 "진실 규명 위한 정부 노력 미흡… 적폐 은폐 해당"

한국관광공사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주주 중 한 회사인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에 대해 출자를 결정하면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올해 국감에서는 관광공사가 이사회 개최 필요성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추가됐다.

케이뱅크는 KT(지분율 8%)가 대주주이며 우리은행, NH투자증권, GS리테일,엠디엠,한화생명, 한국관광공사 등 21개사가 주주로 참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2015년 9월 22일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법률검토결과를 받았다. 주주간 계약 체결 일주일 전이었다. 주주간 계약을 맺기 앞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출자를 결정하려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의견서는 "출자사업 자체는 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귀 공사의 이사회 심의와 의결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라고 쓰여있다.

더구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7조 및 한국관광공사 정관 제35조, 그리고 출자회사관리규정 제8조는 관광공사가 타 법인에 대한 출자 또는 출연을 할 때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광공사는 법률검토의견서를 받은  다음날인 9월 23일 경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도 24일 개최된 이사회에는 이를 안건으로 부의하지 않은 채 25일 업무협약을 맺고 30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출자하려면 법률과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관광공사가 뒤늦게 11월 13일 서면 결의를 통해 이사회 의결을 하게 된 것은 금융감독원이 케이뱅크 주요 주주들에게 10월 16일 보낸 공문에서 "공사 등 주주 중 일부가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입증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자료보완요청을 하고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출자확약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 물어 왔기 때문이다.

관광공사는 뒤늦게 이사회를 개최하면서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관광공사 정관 제38조에 따르면 긴급을 요하는 이사회를 개최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항은 사장이 이를 집행한 후 다음 이사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관광공사는 법률검토의견서를 받은 직후 열린 이사회(9월 24일)나 금융감독원의 보완 요구 이후에 소집된 차기 이사회(10월 27일)에 이 안건을 상정하고 승인을 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관광공사는 해당 규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관광공사는 서면 결의(11월 13일)를 통해 케이뱅크에 대한 출자를 결정했다. 정관 제39조에 따르면 서면 결의는 긴급을 요하는 사안에 대한 매우 예외적인 의결방식이다. 김 의원은 "이 사안이 긴급을 요하는 등 사안이었다면 당연히 금융감독원의 자료보완 요구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을 했어야 했고,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아니었다면 서면 결의방식이 아니라 정식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심의, 의결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광공사는 케이뱅크에 대한 출자를 결정하면서, 관련 법률과 정관, 그리고 내부규정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으며 알면서도 이사회 개최를 하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 절차가 관련 법이나 규정에 정해져 있음에도 결의 없이 상대방과 계약했다는 것을 상대방이 인지하고 있었을 경우 그 계약은 무효로 볼 여지가 있는만큼 이에 대한 법률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뱅크 전경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 전경 (사진=케이뱅크)

더구나 공사는 최초 KT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고 불참을 통보했다가 한달 만에 결정을 뒤집은 점도 확인됐다.

김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관광공사 K뱅크 투자관련 조사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 관광공사 경영을 책임졌던 정창수 사장은 케이뱅크 사업 참여 관련 보고에 대해 관광공사가 민간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공사가 보유한 관광정보를 민간에게 독점 제공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업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KT측에 사업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뒤인 9월 14일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이 뒤집혔다.

김 의원은 "사업제안을 거절했던 결정이 뒤집히면서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됐는데, 그 과정에서 외압이 없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안종범 수첩 등에서 케이뱅크가 은행업 인가 전에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밝혀진 점을 감안하면, 관광공사가 출자 결정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 달 만에 뒤집고, 관련 법과 규정을 위반한 채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외압이 없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참여연대는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불법 특혜 인가 의혹은 단순히 개별 기업이나 일개 행정당국의 부정과 월권만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근에 제기된 의혹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을 추진했던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조속한 도입 또는 케이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위해 직접적이고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케이뱅크 인허가 문제를 규명하기 위한 정부나 사정당국의 노력은 미흡하기만 하며, 이는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적폐를 은폐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참여연대는 관광공사가 사업 참여를 거절해 놓고 한달 여 만에 석연치 않은 사유로 결정을 번복한 점, 관광공사가 관련 법과 규정을 위반한 채 출자를 결정하고 이를 금융감독기구에 공식 문서로 제출한 점, 은행업 예비인가를 목전에 둔 케이뱅크가 관광공사의 결정을 기다리기만 했던 점 등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금융위 등 정부는 케이뱅크의 은행업 인가 의혹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정황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 책임자 문책, 잘못된 행정행위의 시정 등과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며 "지난 정부에서 시작하여 이번 정부에까지 그 어둠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의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시정해야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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