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석기자
  • 입력 2016.01.29 10:26

지카 바이러스 급속확산에 따라 과거 신속한 대응에 실패했던 '에볼라 사태'의 재현 가능 성이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보건 비상사태 선포까지 고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947년 지카 바이러스를 첫 발견한 이후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감염 사례가  급증하는 등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점에서 2014년의 에볼라 바이러스사태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느슨한 초기 대응이 대유행으로 이어졌던 2014∼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카바이러스 매개로 알려진 이집트숲모기.

미국 조지타운대의 대니얼 루시 박사는 "에볼라 때처럼 지금은 이미 행동할  시간이 지났다"며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시 박사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기고문에서 "WHO는 여전히 지카 바이러스 사태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볼라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지카 바이러스 대응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언론이 주동하는 '유행병에 대한 공포'가  '공포의 유행병'을 만들게 둬서는 안된다"며 차분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에볼라 위기 당시 보건 관계자들은 공포가 최악의 적이었다고  말했다"며 "경고가 너무 과하면 더 큰 경고와 거짓 추측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세계적 안보 위협으로 보고 대응함에 따라 병의 발발을 막을 수 있는 포괄적인 체제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이 에볼라의 자국 유입을 막는 데 급급해 공항의 열 감지기 설치 등 정치적 행동에만 나서고 정작 서아프리카 피해 지역의 보건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에볼라와 지카는 엄연히 다른 바이러스인 만큼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가디언은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를 통해 퍼지므로 모기 박멸이나 유충 제거  등의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큰 위험이 아니었지만 위협적으로 돌변했다"면서 "특히 소두증 신생아의 출산이 증가하면 가족이나 사회가 큰 상처를 받는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지카(Zika) 숲의 한 원숭이에서 발견된 뒤 그 지명을 이름으로 갖게 됐다. 이 바이러스는 황열, 뎅기열, 일본뇌염과 같은 플라비바이러스 계열로, 감염되면 오열, 발진, 관절통, 안구충혈 등 가벼운 독감 증세를 보인다.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뿐만 아니라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공격해 몸을 마비시키는 희소병인 길랑바레 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주요 매개체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로 알려져 있지만 WHO측은 예상 외의 빠른 확산 때문에 다른 모기의 전염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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