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민영빈 기자
  • 입력 2018.11.15 16:40

"엄정한 감사 필요...새지도자 밑에서 선수생활 계속하고 싶다"

15일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킴' 선수들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 취재진들 앞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YTN 화면 캡처)
15일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킴' 선수들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 취재진들 앞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YTN 화면 캡처)

[뉴스웍스=민영빈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킴’이 지도자 가족의 전횡을 폭로하면서 정부와 체육계의 엄정한 감사를 요구하고 새로운 지도자 밑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킴(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김초희 소속)은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자 가족들의 추가 비위 사항과 함께 공개 호소했다.

지도자 가족은 경북체육회 컬링팀을 지도하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김민정 감독, 장반석 감독을 의미한다. 실제로 김경두 전 부회장과 김민정 감독은 부녀, 김 감독과 장 감독은 부부 사이다. 

앞서 지난 8일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킴은 김경두 전 부회장 일가 지도자와의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지도부가 폭언을 하는 등 비인격적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상금의 출처도 전혀 알려주지 않은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하게 해 선수들이 출전하고 싶은 국제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난 9일 김경두 전 부회장 사위인 장반석 감독을 비롯한 지도부는 선수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자료들을 모아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15일 선수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도부의 주장을 재반박하면서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도 추가 폭로했다.

이날 선수들은 “(모든 일이)‘김 교수(김 전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김 전 부회장의 폭언과 연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금 분배,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 이후 진행된 팀 분열 시도 등에 고통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미 선수는 “10여년 전에도 선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무래도 경북컬링협회에서 너무 한 가족이 독식해서 계속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또 김은정 선수는 “예전엔 그들과 가족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올림픽 이후 결국 그들은 그 가족끼리만 하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선수들은 “(지도자 가족들은)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원하는 정도까지만 (선수들이)성장하면 그 이후엔 (성장하지 못하게)방해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선수는 “올림픽 초반부터 경기 후 믹스트존에 나가기 전 김 감독은 ‘김경두 교수님과 김민정 감독만 언급하면 된다’고 하셨다”며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면 그런 말은 굳이 왜 했냐고 타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더 충격적인 사실도 쏟아졌다. 팬들이 준 선물과 편지들을 모두 포장이 뜯긴 상태로 받았다는 것. 선수들은 “감독이 먼저 편지와 내용물을 보시고 저희에게 준 건 이해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선수는 “우리가 외부와 연결돼 있거나 더 성장하면 자신들이 우리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고등학생 때부터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왜 말하냐’라고 궁금해하셨고, 인터뷰 차단부터 외부에서 어떤 내용의 편지가 오는지까지 전부 알고 싶어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김은정 선수는 “우리는 (고등학생 때부터)외부와 차단돼 아무것도 못하게 됐다”며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것만 듣게 만든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김 교수님과 그 가족들은 컬링에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표면적으로 말하지만 자기네들 뜻대로 컬링계를 주무르고 싶어한다”며 “이때 선수들을 이용하는데, 결국 교수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선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지도자 가족들이 선수들에게 저지른 모든 전횡과 부당한 대우는 조직보다 선수들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후문.

이날 선수들은 지도자 가족들의 전횡과 부당한 대우를 올림픽이 끝난 수개월 뒤에야 폭로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선수들은 모두 의성여고 시절부터 김경두 지도자 가족들로부터 지도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정 선수는 “대화하려고 해도 교수님과 감독님은 항상 ‘너희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너희가 잘해야 한다’는 말씀만 하셨다”며 “여러 선수 앞에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식으로 몰아 문제를 제기한 선수가 힘들어지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그 때 느껴 이야기를 드릴 수 없었다”며 “선수 생활을 걸 수밖에 없었고, 교수님의 독식이 워낙 크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개 호소를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선수들은 “저희가 호소문을 작성한 가장 큰 이유는 팀을 분열시키려는 지도자들과는 더 이상 함께 운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컬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의성컬링훈련원을 지도자 가족들과 분리하고 우리 팀을 이끌어줄 지도자단이 필요하다. 이젠 감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오는 19일부터 팀킴 논란에 대한 특정감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킴 호소문 전문>

진정한 가족 스포츠는 서로를 존중하고 충분히 소통하고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가족이라 칭하는 틀 안에서 억압, 폭언, 부당함, 부조리에 불안해 했고, 무력감과 좌절감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팀킴은 존재할 수 없고 운동을 그만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운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절박함에 용기를 내어 대한체육회, 경상북도, 경북체육회, 의성군에 호소문을 낸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감독단에서 반박한 내용을 보면 저희들의 호소문이 전부 거짓인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왜 호소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으시는 감독단의 반박에 대하여 진실을 말씀드리고, 저희가 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먼저 장반석 감독님께서 반박하신 내용 중 어린이집 행사에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주장은 일방적으로 통보하신 것을 사전에 협의했던 것처럼 말씀하신 것입니다. 

장 감독님이 유치원 행사 관련하여 말씀하신 5월3일에는 선수들은 전혀 들은 바 없습니다. 5월 중순 경, 선수들이 어떤 일인지 김 감독님에게 물어보았으나, 김 감독님은, 장 감독님 개인적인 일이라 자기는 모른다 하며 대답을 회피하셨습니다. 하루 전날인 5월24일 밤 11시51분 운동회 일정표를 뒤늦게 보내주었지만, 아들 운동회이니 못 가겠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장 감독님은 김은정 선수 본인이 성화봉송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조직위에 전달하였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은정 선수는 패럴림픽 성화봉송과 관련하여 아무런 내용도 들은 적이 없고, 성화봉송 행사일을 앞두고, 행사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장 감독님에게 받았습니다. 

패럴림픽 행사장 조직위 관계자분께서 은정 선수 섭외가 너무 힘들었었고, 안 오시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많았다는 상황을 듣고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행사 이후 김민정 감독님은 김경두 교수님의 배려와 노력으로 김은정 선수를 성화봉송 최종주자로 만들었다고 기자에게 인터뷰하였습니다. 

선수들 동의 하에 통장을 개설하였다고 장 감독님이 주장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2015년 상금통장으로 사용할 통장을 개설한다고 선수들에게 통보만 하였습니다. 사전에 김경두 교수님 명의로 진행할 것이다라는 것은 언급해 준 것이 없었고, 선수들에게 동의를 요구한 적도 없었습니다.

장 감독님이 공개한 내역서에 대하여, 2015년부터 2018년 올림픽 종료시까지 상금의 입출금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2018년 7월에 장 감독님이 직접 작성한 지출내역서에 장비구입내역이라 말씀하시며 서명하라 하셨습니다. 장 감독님이 상금 통장 사용의 증거로 기자님들께 제시한 내역서는 전체적인 상금의 사용내역이 아닌, 장비구입 내역과 소정의 교통비, 식비입니다. 세부적인 사용 내역에 대하여 장 감독님이 일방적인 통보만 하였을 뿐, 그 어떤 사전 동의도 없었습니다. 

저희는 감사에서 이와 관련하여 통장 사본, 영수증, 잔액의 현황과 세부 사용 내역이 밝혀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행사 및 기금, 포상금 관련하여 주최측에서 선수 개인에게 입금해준 격려금은 선수 개인 계좌로 모두 입금되었으나 팀 이름으로 받은 격려금은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장 감독님이 증거로 배포하신 고운사 1200만원도 카톡에서 의견만 물었을 뿐 그 후로 언제, 얼마큼 사용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고운사 외에도 기사에도 언급이 된 의성군민 기금 또한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김은정 선수와 관련해서도 결혼을 하였으니, 새로운 스킵을 준비해야 했다고 장 감독님이 주장하였는데 올림픽 이전에도 이미 김은정 선수의 입지를 줄이려 하고 있었고, 결혼을 한 후에는 다른 선수들이 이해할 수 없는 포지션 변경에 대한 훈련을 강요하였습니다. 팀을 나누고 숙소까지 떨어뜨려 놓으며 선수들을 분리시켜 놓은 것은 어떻게 설명하실지도 궁금합니다. 저희는 단순 김은정 선수만이 아닌, 팀 전체를 분열시키려 하는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한다는 이유로 여자 선수로서 운동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도 저희는 의문입니다.

호소문 이외에도, 올림픽 이후에 저희에게 온 팬분들의 선물과 편지는 항상 뜯어진 채로 받았습니다. 팀으로 온 선물들은 이해할 수 있으나, 선수 개인에게 온 선물들과 편지를 다 뜯어서 먼저 감독님이 확인하시고 선수들에게 준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감독단에서는 저희의 호소문의 많은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만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폭언과 억압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훈련, 팀 사유화 인권에 대해 아무런 말씀이 없으십니다. 저희 선수들은 현재까지 언론에 나온 문제들보다 최초에 저희가 호소문에서 밝혔던 팀 사유화, 인권, 훈련적인 부분이 더 세세히 밝혀지고,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길 바랍니다. 

저희 팀킴은 이번 호소문을 계기로 국민들이 저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신데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요청 드리는 사항은 3가지입니다. 

첫째, 저희가 호소문을 작성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호소문에서 밝혔듯이, 저희 팀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감독단과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감사에서 더욱 철저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둘째, 컬링을 계속하려면 훈련장이 있어야 합니다. 의성컬링훈련원에서 계속 훈련할 수 있도록, 훈련원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선수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완벽하게 분리되길 바랍니다.

셋째, 저희 팀을 제대로 훈련시켜주고 이끌어줄 감독단이 필요합니다. 컬링 선수로서 운동을 계속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사를 통해 모든 진실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저희 선수들도 감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의 호소를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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