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8.11.16 17:40

숙소 , 여행의 목적이 되다

이가희 여기어때 커뮤니케이션실 매니저.
이가희 여기어때 커뮤니케이션실 매니저.

호텔이 올 여름만큼 위상을 떨친 적이 없다. ‘호캉스’(호텔+바캉스) 열풍이 불면서 예약이 쏟아졌다. 5성급 호텔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가 이례적으로 ‘만실’을 기록할 정도다. 숙박 O2O 여기어때의 8월 말 호텔 거래는 2달 전보다 2.9배 급증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록적 폭염으로 꼽히지만, ‘호캉스’나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같은 유행어에선 트렌드 변화가 엿보인다. 관광이 아니라 숙박 자체가 여행의 목적으로 떠올랐다. 여행객들은 복잡한 관광지가 아닌 ‘확실한 만족’을 보장하는 호텔과 리조트로 떠났다. 호텔과 리조트가 제공하는 쾌적한 환경이 휴가의 핵심 콘텐츠가 된 것이다.

휴식이 중심인 여행 수요가 감지되자, 숙박 업계는 ‘좋은 숙소’에 대한 물음표를 찍었다. 비싼 숙소와 좋은 숙소는 동의어가 될 수 없다. 이유 있는 가격이라면 지불한 용의가 있지만, 브랜드 하나만 믿고 큰 돈을 선뜻 내놓긴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숙소는 쾌적한 시설은 물론, 아름다운 풍경을 갖추면 더 좋다. SNS를 생각하면 음식과 인테리어도 중요하다. 각 요소에 의미가 담겨 있다면 금상첨화. ‘단 하루의 휴가가 주워진다면’ 방문하고 싶은 프리미엄 숙소의 조건이다.

여기어때는 1년에 걸쳐 준비한 ‘블랙’을 내놓는다. 블랙은 프리미엄 숙소를 큐레이션 하는 서비스다. 큐레이터가 직접 방문한 후 작성한 리뷰를 다양한 채널로 유통하기도 한다. 비싼 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숙소를 소개하는 게 목표다. 주인의 철학에 따라 리사이클링 가구로 채운 펜션(제주 카이로스), 60년된 양옥을 개조한 서울 북촌의 부티크(보눔 1957) 등이 대표적이다.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에, 문화적 요소도 갖춘 곳들이다.

숙소는 더 이상 관광을 위해 잠시 머무는 장소가 아니다. 여행의 목적으로, 각 시설이 보유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국내 숙박 산업은 20조원 규모다. 트렌드를 읽는 기업이 프리미엄 숙소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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