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12.08 20:58

8일에만 2건 발생… 대구에서 KTX 고장,강릉에선 탈선
10일 오전 2시 복구 목표…선로전환기 결함 가능성 거론

 

기중기가 선로에서 이탈한 KTX열차를 이동시키고 있다. (사진=KBS뉴스 화면캡처)

[뉴스웍스= 박지훈 기자] 8일 오전 7시35분경 강릉발 서울행 KTX 제806호 열차가 강릉역~남강릉간 운행 중 10량 전체가 탈선, 승객 14명과 직원 1명 등 총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으나 강릉역 팀장급 역무원으로 알려진 직원 1명은 중상을 입고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KTX 열차 탈선 사고는 2011년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에서 난뒤 7년만이다. 당시 사고는 선로전환기에 있는 너트가 빠져나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부근에서 일어난 탈선사고로 인해 8~9일 내내 진부역에서 강릉역 구간 양 방향에 대한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 코레일은 정상 운행이 될 때까지 서울에서 KTX 또는 무궁화호를 타고 강릉으로 오는 승객들을 진부역에서 하차시킨뒤 46대의 버스를 이용, 강릉역까지 수송하고 있다. 강릉역에서 서울로 가려는 승객들도 버스로 진부역까지 이동한다.

제806호 열차는 강릉역에서 출발한지 5분여만에 진부역 방향의 분기점 구간을 달리던 도중 열차 10량이 모두 선로에서 이탈했다. 열차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202명이 타고 있었다. 탈선으로 인한 충격으로 4번과 5번 열차 2량은 T자 형태로 처참하게 꺾인 채 완전히 선로에서 벗어나 90도 가까이 쓰러졌다. 뒤쪽 8량은 선로에서 벗어난 채 15도 가량 기울어졌다. 열차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넘어지는 통상적인 탈선사고와는 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레일도 약 400m가 휘어졌다. 열차가 들이받은 전철주 1본은 완전히 쓰러졌다. 탈선으로 인해 전차선 및 조가선 약 100m가 단선되었다. 가동브래키트 2본도 파손됐다. 급전선 1개소가 단선되고 침목 340정도 파손됐다.

KTX탈선사고 복구현장 모습 (사진=KBS뉴스 화면캡처) 

열차는 원인 모를 이유로 탈선하면서 멈춰섰다. 전조증상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승객들은 탈선 순간 의자를 꽉 붙잡으며 충격을 최소화 했다. 그렇지만 일부 승객들은 머리 등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승객은 "강릉역을 출발한뒤 불과 5분만에 10초 정도 흔들리다가 굉음이 나면서 불꽃이 보였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다른 승객은 "급제동 하는 소리가 들린 뒤 '쿵쿵'하는 느낌이 3~4차례 이어지다가 멈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은 "출발한지 얼마 안돼 흔들리더니 앞쪽이 '쿵'하며 엎어져버렸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현장에는 구조대원들이 도착, 승객들을 바깥으로 옮겼다.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추위와 사고 충격으로 떨다가 버스로 진부역 및 강릉역으로 이동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2시간뒤인 9시40분경 주의경보를 발령한데 이어 오전 11시 경계단계로 격상하고 사고수습 지원 및 현장 안전활동 등을 위해 김정렬 2차관 및 철도국장, 철도안전감독관(7명), 철도경찰(12명)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4명은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한국철도공사는 296명의 인력과 기중기, 모터카 등을 동원하여 복구 중이다. 복구완료 예정 시간은 10일 새벽 2시로 추정된다.

국토부 김정렬 2차관은 이날 오후 강릉시, 철도공단, 철도공사와 긴급회의를 갖고 “탈선사고로 인해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마음 깊이 사과드리며, 빠른 복구와 안전한 운행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이날  "선로가 갈라지는 부분에서 (열차의 진로를 바꿔주는) 선로전환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로전환기는 철도에서 차량이나 열차를 다른 선로로 이동시키기위해 두 선로가 만나는 곳에 설치한 기계이다. 한 관계자는 "사고 당시에 선로전환기가 어중간하게 선로 중앙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열차가 청량리역으로 달리려면 선로전환기가 선로 왼쪽에 확실히 붙어 방향을 잡아줘야하는데 이러지 못해 열차 앞부분은 왼쪽 선로로, 후속 열차는 오른쪽 선로로 엇갈리면서 탈선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이날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한만큼 선로 부분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동절기 예방대책에 따라 선로변환기를 포함한 선로점검을 해왔지만 아무래도 선로 상에 문제가 있을수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져야 정확한 사고원인이 나온다"며 차량보다는 선로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에 중점을 두었다. 사고 규모에 견줘 인명피해가 적었던 요인에 대해 "예전과 달리 객차끼리 구조적으로 연결해놨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었다"며 "이번 사고로 승객과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유지보수와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10일 오전 2시까지 복구를 반드시 완료해 열차 운행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절기는 온도변화가 커 철로 수축 등 장애요인이 자주 발생한다"며 "국토부 철도안전감독관들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이 사고원인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주간 열차사고가 무려 10건이나 발생, 코레일의 나사가 풀렸다는 비난이 나온다. 8일만해도 2건의 사고가 났다. 이날 오전 6시40분경 대구역을 출발,서울로 향하던 KTX 제286호 열차가 9분만에 멈춰 선로를 30분 가량 막았다. 승객들은 어쩔수 없이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했다.

이에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서울역에서 KTX 열차와 포크레인이 충돌, 근로자 3명이 다쳤다. 하루 뒤인 20일에는 오송역 단전사고로 열차 120여대가 무더기 운행 차질을 빚어 승객 5만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로인해 서울-부산 열차 운행이 8시간이나 지연되었다. 멈춰버린 KTX에 3시간 동안 갇혀있던 승객들 중 일부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창문을 부수고 탈출했다. 22일에도 분당선 열차가 복정역과 수서역 사이에서 멈춰 승객들이 1시간 이상 갇히는 불편을 겪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가운데)이 11월23일 오전 서울사옥에서 철도 안전 확립을 위한 긴급 안전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코레일)
오영식 코레일 사장(가운데)이 11월23일 오전 서울사옥에서 철도 안전 확립을 위한 긴급 안전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코레일)

잇단 사고로 비판여론이 커지자 코레일은 23일 서울사옥에서 전국 소속장 긴급 안전대책회의를 갖고 "지난 20일 KTX 오송역 단전사고와 22일 분당선 전동열차 고장으로 많은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깊은 사과을 드린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최근 발생한 운행장애 요인을 집중 분석하고 동종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12월 4일까지 열흘 간을 비상 안전경영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 기간동안 △간부급 전원 휴일근무 및 본사 실·단·본부장 지역별 책임안전활동 △전국 12개 권역별 운행선 인접공사 특별 점검 및 직원 안전교육 △고속철도와 일반철도 및 전동차 3년간 고장내역 분석, 관리 및 부품교환 △분당선 고장차량과 동일 시기 도입된 전동차 36량 긴급점검 △동절기 대비 시설 및 차량상태 사전 점검 △연말연시 근무기강 확립을 위한 직원 복무관리 강화 등 비상안전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처럼 비상을 선포한 당일인 23일 오후 10시께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 경주역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원주역에서 멈춰 운행이 1시간 가량 지연됐다. 다음날인 24일에는 오후 3시 광명역과 오후 8시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고장나면서 운행이 수십분 지연됐다. 28일에는 호남선 하남역 부근에서 작업자가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졌고 용산역으로 가던 KTX 열차는 익산역 부근에서 멈췄다.

코레일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질책을 받고 나서 지난달 30일 열차 고장에 따른 국민 불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차량 총괄 책임자와 주요 간부 4명을 보직해임하고 철도사고와 장애 예방을 위한 종합안전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체계적인 안전관리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의 선제적인 예방과 대응 차원에서 취약지역 발굴과 노후 차량부품 전격 교체 등 개선방안을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게 사고 대응 매뉴얼과 유지관리체계, 직원훈련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코레일의 비상안전경영 돌입과 이 총리의 현장시찰도 불구,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더이상 코레일에 맡겨두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직접 나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이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 안전관리체계 점검을 위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레일이 철도 사고 줄이기에 비상을 건 상황에서 또다시 사고가 난 근본적인 원인과 관련, 최근 수년간 열차선로가 900㎞ 가량 연장되고 터널과 교량도 늘어난데 반해 철도당국의 안전투자는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은 차량 유지 보수인력과 정비인력 예산을 해마다 줄이면서 감소된 인원만큼 외주로 돌려 정비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코레일이 공기업으로서 경영성과를 의식,각종 시설 점검주기를 늘렸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KT통신구 화재에 이어 고양 백석동 온수관 파열,  KTX 탈선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오는 13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15개 중앙부처와 17개 시·도 부단체장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시설의 안전관리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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