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10 16:20

"과학계 기관장 돌연 사퇴 잇따라… '낙하산 자리' 확보 위한 흔들기인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서류를 들고 질의하고 있는 송희경 의원. (사진제공: 송희경 의원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서류를 들고 질의하고 있는 송희경 의원. (사진제공: 송희경 의원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현 정권의 내 사람 심기는 과학계의 퇴보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문재인 정권에 메스를 가했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올해 들어 임기가 한창 남은 과학계 기관장들의 돌연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송 대변인의 논평에서 특히 주목할 포인트는 '잔여임기가 남아있는데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각 공공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했다'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10일 송희경 의원실 관계자와의 통화를 통해 몇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재주 전 원장의 경우 2017년 3월에 취임했는데 지난 11월 20일, 임기를 16개월이나 남기고 돌연 사임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원 노조는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부당한 압력 탓"이라고 반발했다. 하 원장은 지난달 14일 "연구원에서 제가 할 역할은 여기까지로 본다"고 사임의사를 밝힌 후 20일 이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번 사임이 자진 사퇴인지 사실상 해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과학계 일각에선 '원자력연구원에서 과거 원자로 해체 폐기물을 무단 처분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하 원장이 정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박태현 전 이사장은 2016년 12월 27일에 취임해 2017년에 임기를 2년이나 남긴 상태에서 사임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정권 말기에 임명된 인사인데 정부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다가 그것이 실제 사퇴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후임으로 현 정부 들어 금년 5월 14일 임기 3년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서은경 이사장은 취임이후 전북대 물리학과 교수 재직 중 '연구비를 부정 사용했다'는 한국연구재단의 감사 결과가 나온 이후 지난 8월에 사임했다. 아울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신중호 전 원장도 임기 1년 6개월을 남겨두고 지난 4월에 사임했는데, 전 정권때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사퇴 압력을 받다오다가 결국 사표를 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소관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황진택 전 원장도 임기 만료를 5개월 앞두고 자진 사퇴하고 그 후임으로 현재의 임춘택 신임원장이 제4대 원장으로 올해 6월 5일에 취임했다. 황 전 원장은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재직 시 장관자문관으로 인연을 맺은 지 1년 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으로 오면서 윤 전 장관을 비롯한 박근혜 정권과의 인연이 인선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작년 12월 산업부에서 산하기관에 일괄 사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다. 후임인 임 원장은 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과학기술분야 국정과제를 담당했던 친여 성향 인사로 알려져있다.
 
한국연구재단의 조무제 전 이사장도 임기 1년 반을 앞두고 사임했다. 지난 1월부터 정부의 표적감사 논란이 빚어진 후 2개월 만에 돌연 사퇴한 것이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성게용 전 원장 및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의 해양과학기술원 홍기훈 전 원장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각각 임기를 1년 6개월, 7개월 남긴 상태에서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송 대변인은 "특히 최근에는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둔 카이스트 총장마저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검찰에 고발하고 직무정지를 요청한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정권의 의도적인 특정인 찍어내기가 아닐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담당관실에 따르면 과기부는 지난 11월 28일에  KAIST 신성철 총장을 국가 연구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11월 30일에는 신성철 총장의 직무정지 요청을 KAIST 이사회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KAIST 이사회는 오는 14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송 대변인은 "과학계는 지금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의 폐해로 연구환경이 피폐해졌던 쓰라린 경험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며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서 기관의 미션 실현보다는 정치권 줄대기에 급급하며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던 낙하산 코드 인사들과의 악연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의 눈초리 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여당은 정치권에서 내 사람 심기용 낙하산 자리를 만들기 위해 과학계 흔들기를 이대로 계속한다면 우리의 과학은 그 즉시 퇴보하고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는 요원한 꿈이 될 것임을 가슴속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