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16 07:00

수원화성 군공항, 재산권·학습권 침해 커…국가보상도 누증
황계동 농가 옆 '탄약고'... 사고 폭발시 반경 5㎞ 피해 예상

14일 수원화성 군공항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화성시 황계동 부근을 날고 있다. 전투기 뒷편에 동탄 신도시의 고층빌딩이 보인다. (사진= 원성훈 기자)
14일 수원화성 군공항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화성시 황계동 부근을 날고 있다. 전투기 뒷편에 동탄 신도시의 고층빌딩이 보인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수원화성 군 공항은 인근 지역의 발전을 장기간 저해한데다 도심 군공항이 안고 있는 안전 우려 등으로 공군 작전 전술의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곳이다. 비단 수원과 화성이라는 양 지자체만의 갈등 요인이 아니라 유사시 안보 측면에서 '국가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안이다. 국가적 관점에서도 최적화된 묘안을 찾아내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할수 없는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수원과 화성지역을  돌아보고 현황과 대안을 짚어봤다

 

대한민국 공군 제10 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는 수원화성 군공항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됐다. 군 공항이 생길 당시만 해도 수원 외곽에 위치해 황량한 곳이었지만 도시가 팽창하고 군 공항 주변에 신도시까지 건설되면서 소음피해로 고통 받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수원화성 군공항에 의한 고도제한으로 58.44㎢ 면적에 거주하는 수원시민 58만 명이, 40.35㎢ 면적에 사는 화성시민 20만 명이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다. 수원시 18만 명, 화성시 7만 명 등 25만 명이 '소음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전투기에 의한 소음영향권(75웨클 이상) 내에 32개교(수원 24, 화서 8)가 위치하고 있으며 2만여 명의 학생들이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피해'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85~90웨클 지역에 있는 학교가 6개교(초등 5, 중등1)나 된다. 전투기 소음이 워낙 커서 비행 중일 땐 수업을 중단하고 전투기가 지나간 후에 재개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집중력이 약한 초등학생들한테는 학습 흐름이 끊길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까지 줄어드는등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 현지 교육계의 평가다.

화옹지구, 소음 피해 수원화성보다 작아  

이에반해 군 공항이 예비이전후보지인 화옹지구로 이전하게 되면, 소음영향권(75웨클)에 위치하게 되는 학교(초등)는 1개교에 불과하다. 80웨클 이상 지역에 있는 주택은 매수 대상이다. 학교는 외곽으로 옮길 방침이다. 직접적인 소음영향권 내에는 주민도, 학교가 없게 되는 셈이다.

웨클(Weighted Equivalent Continuous Perceived Noise Level)이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항공기 소음의 평가단위로 권장하는 단위로 '항공기가 이착륙 할 때 발생하는 소음도에 운항 횟수, 시간대, 소음의 최대치 등에 가산점을 주어 종합 평가하는 것'으로 단순히 소리 크기만을 나타내는 단위인 데시벨(㏈)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또한 수원화성군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우리 공군의 '주·야간 안정적 작전운용 제한'의 문제도 거론한다.  화옹지구로 옮기면 작전 시간이 현재보다 늘어난다는 것이다.

◆소음 피해보상도 눈덩이 

소음피해 소송으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군 공항에서 발생되는 전투기 소음 등 많은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수원뿐만 아니라 대구 등 군 공항이 위치한 주변 지역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국가에서 소음 피해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소음 피해에 대한 소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히 배상액이 증가돼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주게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수원화성 군 공항 관련 소송현황을 보면, 이미 종결된 사건을 기준으로 120건에 원고수가 9만7,115명이며 총 보상액이 1,477억원 발생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기준으로 하면 30건에 원고수가 12만5,602명에 보상액이 4,996억원이 걸려있다. 손해배상기준을 보면, 대도시(수원,대구, 광주)를 대상으로 85~89웨클지역은 1인당 3만원/월이며 90~94웨클지역은 1인당 4만5,000원/월 이고 95웨클 이상 지역은 1인당 6만원/월로 책정됐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국회에선 지자체가 군 공항 이전을 건의할 수 있도록 2013년 '군 공항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군공항 이전법)'까지 제정했다.

군공항 이전법 제정 이후 2013년 3월 수원시는 수원화성 군공항을 이전하고자 2014년 3월 수원화성군공항 이전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전건의서 협의 등을 거친 후 2015년 3월 이전건의서가 최종 제출됐다. 이에따라 국방부는 2015년 5월부터 화성시를 비롯한 안산시 등 경기남부권 10개 지자체에 사전설명회 및 순회설명회를 추진했다. 2016년 9월 화성시 등 예비이전후보지 6곳 지자체에 대하여 회의에 참석하라고 통보했으나 화성시와 안산시는 '절대불가'라며 회의에 불참했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국방부에서 지속적으로 설명회 및 회의 개최를 진행했지만 화성과 안산은 끝내 응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결국  2017년 2월 군공항 적합성, 군사작전 적합성 등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예비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했다.

화성시 황계동의 한 과수원에서 내려다 본 '수원화성 군공항의 탄약고'의 모습. 농가와의 거리가 불과 50미터 정도다. (사진= 원성훈 기자)
화성시 황계동의 한 과수원에서 내려다 본 '수원화성 군공항의 탄약고'의 모습. 농가와 거의  붙어있다시피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수원화성 군공항은 일부 부지(탄약고 1.1㎢)가 화성시 행정구역에 속해 있다. 지난 14일 바로 이 탄약고가 위치한 화성시 황계동 현장을 방문해보니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탄약고는 민가에서 불과 50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 탄약고에는 열화우라늄탄이 133만발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화우라늄은 천연우라늄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이다.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 235를 포함하고 있다. 무게가 납보다 1.7배 더 무거워 이 폐기물을 재가공해 탄환 탄두로 사용하면 일반 철갑탄보다 2.5배 정도 관통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전투기에서 탱크를 무력화시키기위해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폭발할 때 발생하는 1300도의 고열로 열화우라늄이 미세한 분말로 변하면서 방사능 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9월 11일 중부일보는 '집중적인 미사일 폭격 시 실제 피해규모는 최대반경 5㎞까지 확대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일, 화성시 황계동에 위치한 탄약고가 불의의 사고로 폭발한다면 직선거리 5㎞ 지점쯤에 있는 병점역까지 피해를 보게된다는 것이다.

◆착륙 과정에선 굉음 발생

소음피해가 정말 심각하다는 점도 체험했다. 전투기가 이륙해서 비행한뒤 착륙할 때까진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황계동에서 만난 70대 A씨는 "비행기가 날아다닐 동안에는 전화통화가 불가능하다"면서 "이제는 만성이 돼서 그저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군용기가 이륙해서 반원을 그리며 운항하다가 수원화성 군공항으로 착륙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비행고도가 아주 낮아서 황계동에서는 들리는 소음은 그야말로 굉음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실제로 군용기에 의한 사고 사례가 최근 몇년 사이에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4월 2일 화성시 황계동 인근에서 착륙하던 F-5 전투기가 도로변 가공지선(낙뢰 피해를 막기 위해 전기선 바로 위에 나란히 설치하는 금속선)을 끊는 사고가 발생해 활주로 옆 일반도로의 부근의 주차 차량을 파손시켰다. 2016년 6월 16일에는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 칠보산 인근에서 비행 중인 F-5 전투기가 조류와 충돌, 엔진고장을 일으켜 연료통 2개 중 1100ℓ 연료통 1개를 아파트 단지와 150~400m 떨어진 장소에 비상투하시키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2월,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선정한 '화성 화옹지구'의 모습. 매립면적이 총 6212ha(내부개발 4482ha, 담수호 1730ha)의 광활한 간척지다. 통행제한 팻말이 인상적이다. (사진= 원성훈 기자)
지난 2017년 2월,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선정한 '화성 화옹지구'의 모습.
매립면적이 총 6212ha(내부개발 4482ha, 담수호 1730ha)의 광활한 간척지다.  (사진=원성훈 기자)

 
예비이전후보지인 화옹지구를 두고 수원시청과 화성시청의 평가는 정반대로 갈려있다.

수원시청 관계자들은 △ 현재 군공항이 160만평에서 440만평으로 확장돼 소음 피해 해소 △ 화옹지구 인근 매향리, 궁평항, 에코팜랜드, 서산면과 마도면도 소음 피해 없음 △ 서해안권 관광벨트 조성사업에 지장 없음 △활주로 방향이 동→서 방향으로 바다 쪽으로 이륙함으로 소음영향 최소화 △ 90웨클 이상 지역은 군 공항 부지와 함께 매입, 80~90웨클 지역은 주택 매입 계획 △ 군 공항 주변지역 첨단산업단지 조성 예정 등을 이유로 화성지구로 이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화성시 화옹지구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소음영향도. (사진제공: 수원시청)
화성시 화옹지구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소음영향도. (사진제공: 수원시청)

반면, 화성시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화옹지구가 간척지라서 지역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는 60년대 수원 비행장 건설 당시의 논리"라며 "그 당시에도 지금의 수원비행장 부근에 아무 것도 없어서 그리로 온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고 해서 사람이 적은 동네로 뭔가 안 좋은 것을 옮기겠다는 의사 결정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군 공항은 수원과 화성이 50대 50으로 피해를 보던 지역인데 이젠 화성시가 전적으로 100% 피해를 보라는 것"이라며 "화성시는 화성시가 아닌 지역 중에서 경제적인 보상을 받고 군 공항을 수용하겠다는 지역이 있으면 그리로 옮기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화성시 화옹지구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 주변지역 개발구상. (사진제공: 수원시청)
화성시 화옹지구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 주변지역 개발구상. (사진제공=수원시청)

만약 군 공항의 화옹지구 이전이 관철된다면 광대한 간척지의 한 복판에 군공항이 들어서게 된다.

화성시 서부지역에서 기자와 만난 주민 B씨는 "향후 화옹지구가 개발되더라도  주변은 주택단지가 아닌 산업단지와 관광농업복합단지로 개발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주택은 군공항 이전 예정부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받게 될 소음공해로 인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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