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12.20 10:19

터널 벽 트랙에 고정된채 시속 64㎞ 이동

초고속지하터널 '루프'를 시험운행 중인 테슬라 차량 (사진=일론 머스크 대표 트위터 캡처)
초고속지하터널 '더 루프'를 시험운행 중인 테슬라 ’모델 X’ (사진=일론 머스크 대표 트위터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시 교통 체증의 해법으로 제시한 초고속 지하터널 ‘루프’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공개했다. 머스크의 교통 혁명 실험이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CNN, AP통신등 주요 외신들은 머스크가 설립한 지하굴착 벤처기업 ‘더 보링 컴퍼니’가 만든 시범 터널이 18일(현지시간) 오후 8시 처음으로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LA의) 교통 체증이 날 미치게 한다”며 “터널 뚫는 회사를 만들어 지하에 초고속 지하터널을 만들겠다"고 밝힌 지 거의 2년 만에 공개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지하터널 구간은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본사가 위치한 LA 남부 호손에서 LA국제공항(LAX) 인근까지 1.14마일(1.83㎞) 길이의 ‘더 루프(The Loop)’이다. 이번 시험터널 건립에는 1000만 달러(약 113억원)가 들어갔다.

이날 행사에 초대된 언론과 지자체 관계자들은 개조된 테슬라 ’모델 X’를 타고 ’오리얼리 역’으로 불리는 장소까지 1마일 가량을 달렸다. 차량이 벽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9m 정도 내려가자 지름 3.65m의 좁은 원통형 흰색 터널이 나타났고, 터널 위쪽에 설치된 붉은 전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운전자가 속도를 높여 터널로 진입했다.

이어 차 앞쪽 앞바퀴 쪽에 부착된 특수 바퀴가 수직으로 튀어나와 터널 벽의 트랙과 맞물렸다. 이후 차는 터널 벽 트랙에 고정된채 이동했다.

이날 운행 속도는 예상보다 상당히 느린 편이었다. 머스크는 이 시스템이 241㎞로 운행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날 속도는 시속 64㎞에 그쳤다. 그럼에도 터널의 시작에서 끝까지 가는 데는 불과 3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AP통신은 "악명 높은 LA의 러시아워가 되기 직전에 주차장에서 우회전해서 주 도로에 올라설 때까지의 시간"이라고 전했다.

또한 차가 심하게 요동쳐 기자 중 한 명은 멀미까지 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시간이 없었다”면서 "시제품이고, 앞으로 유리처럼 매끄럽게 만들 것이다"고 해명했다.

머스크는 이날 처음으로 루프 시스템을 상세히 설명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면 거의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벽 없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가 땅속으로 내려간다. 일단 지하로 내려간 차는 진·출입을 할 때를 빼고는 주도로에서는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지하터널은 신호등도 없고 다른 차량이 끼어들 염려도 없어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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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지하철보다는 지하 고속도로에 더 가깝다”며 “모든 정류장에 다 멈춰서는 게 아니라 주도로에서는 초고속으로 달리고 오직 루프 시스템에서 벗어날 때만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앞으로 이 지하 터널을 확대해 대규모 지하 교통망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는 오는 2028년 LA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광역 교통망이 개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머스크는 이 사업 외에도 LA 다저스타디움과 3개의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더그아웃 루프', 시카고 시내에서 오헤어 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지하터널 등을 추진 중이다. 다만 LA 서부에서 추진하던 또 다른 지하터널은 주민들의 반대 소송으로 최근 취소했다.

한편, 머스크의 '루프' 사업은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초고속 진공운송수단인 '하이퍼 루프'와는 다르다. 하이퍼 루프는 진공에 가까운 밀폐 튜브에서 공기층과 자성, 태양광 등을 이용해 특별한 캡슐을 시속 1200㎞의 속도로 장거리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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