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23 07:00

8기통 6.2ℓ 엔진에 최고출력 453마력…가격은 5428만원 '가성비' 최고
뛰어난 응답성과 강렬한 배기음 매력적…후륜구동 답게 조향실력 발군

쉐보레 더 뉴 카마로SS. (사진=박경보기자)
쉐보레 더 뉴 카마로SS.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 속에 ‘드림카’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눈길을 멈추게 하는 유려한 디자인에 넘치는 힘, 그리고 귀를 홀리는 거친 배기음까지. 커다란 차체의 안락한 고급차를 동경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드림카의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고성능 스포츠카다.

야생마 같이 거칠고 빠른 스포츠카를 타고 서킷을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하지만 고성능 스포츠카를 손에 넣는 것은 ‘금수저’나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고서야 그림의 떡이다. 이른바 ‘슈퍼카’로 불리는 포르쉐 파나메라를 구입하려면 1억5000만원 이상은 있어야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GT S는 2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집 한 채 값은 지출해야 만족할만한 성능과 디자인의 차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대중 브랜드의 터보모델이나 ‘스포츠’ 모델을 타자니 성에 차지 않는 것도 사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도 조금만 무리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가 국내에 상륙했다. 이름은 더 뉴 카마로SS.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잘 알려진 쉐보레 카마로가 얼굴과 옷을 새로 가다듬고 국내 소비자들 앞에 나타났다. 

8기통 6.2ℓ 엔진과 새롭게 장착된 10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더뉴 카마로SS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453마력, 최대토크 62.9 kg.m의 엄청난 힘을 내뿜는다. 정지상태에서 단 4초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운동실력을 갖고 있는 차다. 6ℓ가 넘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빚어내는 배기음과 퍼포먼스는 비록 ‘슈퍼카’는 아닐지라도 자동차 마니아들의 심장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쉐보레 더 뉴 카마로SS의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쉐보레 더 뉴 카마로SS의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특히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더뉴 카마로SS는 5428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레드 인테리어가 적용된 볼케이노 레드 에디션을 선택하더라도 5507만원만 내면 그럴싸한 고성능 스포츠카가 손에 들어온다. 1억원 정도는 우습게 넘어가는 다른 고성능 스포츠카들에 비해 확실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한국지엠이 지난 2016년 선보인 카마로SS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버전이다. 한국지엠은 카마로SS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듯 시승행사 장소로 용인 스피드웨이를 선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카허 카젬 사장은 카마로SS에 대해 “새로운 디자인은 도로와 트랙을 가리지 않고 이목을 끌 것”이라며 “특히 폭발하는 배기음에 많은 분들이 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만나본 더뉴 카마로SS의 외관은 ‘아메리칸 머슬카’의 이미지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전작의 투박함은 흐려지고 상당히 날카로워진 인상이다. 굵직굵직한 선들이 많이 들어간 덕분인지 “날렵해졌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변경된 전면그릴과 테일램프, 머플러 등은 ‘신형’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다만 매우 아쉬웠던 건 때마침 내린 폭설로 정작 서킷에서 차량을 타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서킷 대신 정해진 코스는 용인스피드웨이를 출발해 호암미술관으로 가는 약 8㎞ 구간. 3대씩 짝지어 구불구불한 와인딩코스를 돌았는데,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카마로SS의 폭발적인 동력성능을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사진제공=한국지엠)

60㎞/h 내외의 중저속으로 주행했기 때문에 동력성능에 대해 제대로 체감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빠른 응답성과 우렁찬 배기음이다. 앞 차와의 거리를 벌려놓고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자 ‘으르렁’거리는 배기음과 함께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응답성이 좋지 않은 디젤차를 타고 있는 입장에서 카마로SS는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배기량이 깡패’라는 속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주행감이다. 특히 카마로SS는 후륜구동 모델답게 조향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급격히 꺾이는 구불구불한 시승코스에서도 차선 밖을 쉽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만 눈이 내려서 그런지 급가속시 차량의 후미가 접지력을 잃고 흔들릴 때가 있었다. 이는 구동축인 뒷바퀴에 무게가 많이 실리지 않는 후륜구동차의 특성인 것으로 보인다. 전륜구동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후륜구동인 카마로SS의 주행감에 충분히 익숙해진 뒤 서킷에 나설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특히 5000만원대 중반대의 카마로SS는 배기음만큼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다른 8기통 대배기량 모델이 부럽지 않았다. 엔진회전수를 어느 정도 올리면 웅장한 사운드가 귀를 자극하는데, 운전의 짜릿함이 몇 배는 늘어나는 기분이다. 다만 배기음이 저음이 아닌 고음에 가깝고 정지상태나 낮은 속도에서는 터프했던 소리가 다소 반감되는 것은 아쉽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사진제공=한국지엠)

일반도로 주행에 이어서는 인스트럭터의 옆자리에 앉아 ‘짐카나’를 체험했다. 후륜구동으로만 가능한 드리프트를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휠스핀시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매캐한 냄새와 연기, 그리고 우렁찬 엔진음은 오감을 짜릿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짐카나 코스에서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을 기회도 주어졌는데, 카마로SS는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느낌이었다. 액셀레이터를 살짝만 밟아도 차가 날뛰는 바람에 옆에 탄 인스트럭터는 ‘릴렉스’를 수차례 외쳤다. 짐카나 코스를 빠져나오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드리프트를 하기도 했는데, 차를 내 마음대로 다루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강력한 배기음과 폭발적인 힘 때문인지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액셀레이터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 총평 
더뉴 카마로SS는 이름처럼 가격도 ‘SUPER’인 슈퍼카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드림카다. 8기통의 대배기량 스포츠카인데도 5000만원대 중반으로 매겨진 착한 가격표는 카마로SS의 최대 무기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다.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면 카마로SS를 선택지에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따금씩 서킷에 올라 짜릿한 속도로 차를 몰아붙여도 좋고 복잡한 도심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강력한 심장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카마로SS는 삶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만한 자격을 갖춘 차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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