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27 00:04

"임대주택 최상급으로 짓고 창의적 디자인으로 차별화"
"토지공개념 강화하고 부동산 불로소득 철저히 환수해야"

기자회견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YTN 뉴스 캡쳐)
기자회견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YTN 뉴스 캡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임대주택을 '복합개발'과 '소셜믹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이 사는 '성냥갑 아파트'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 모든 세대와 계층이 공존하고 주거뿐만 아니라 편의시설과 창업시설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를 향해서도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보유세도 더 징수하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의 핵심 해법은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라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앞으로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10%를 넘도록 하겠다"며 "공공임대주택이 늘면 부동산 시장 영향력이 확대돼 시장 통제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시내 공공주택 재고는 29만3131호로, 전체 주택의 약 7%에 불과하다.

박 시장은 "단, 공급만 늘리는 방식은 안 된다. 똑같은 성냥갑 아파트(공공주택)는 이제 서울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임대주택 디자인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차별화해 더 이상 기피 시설이 아닌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패러다임과 원칙을 대전환한다"며 "주거기본권 관점에서 접근하겠다. 임대주택을 최상급으로 지어 주민의 자존감을 지키고 주변에서 환영하는 주택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임대주택 혁신을 위한 실행계획의 골자는 △주민편의 및 미래혁신 인프라 조성 △도심형 공공주택 확대 △도시 공간 재창조 △입주자 유형 다양화(중산층도 대상) △디자인 혁신이다. 

이날 서울시는 2022년까지 공급할 공공주택 8만호에 5대 혁신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세부 공급 계획도 내놓았다. 이와관련, 박 시장은 "위치, 장소, 공급 규모까지 정확히 밝힌 이유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주민 반대는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 인프라(SOC)와 커뮤니티 시설 등을 함께 짓는만큼 다양한 지역 현안과 주민의 욕구를 반영해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박 시장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고 부동산 보유·개발·처분 각 단계에서 투기 이익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여권의 차기 대권 유력 후보로서 정치적인 움직임을 공식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모든 경제적 불평등은 주거와 부동산에서 비롯된다"며 "불평등 사회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위해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고,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에 대해서는 보유·개발·처분 모든 단계에서 타협의 여지 없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서울시는 부동산 투기 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한뒤 “중앙정부에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가 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서울의 한 아파트는 지난 3년 새 시세가 18억원에서 30억원으로 폭등했지만 종합부동산세는 1100만원이고,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른 개편안을 적용해도 종부세 증가분은 200만원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서울 지역의 주택공급률이 96.3%에 이르는데도 자가 보유율은 50% 미만인 이유와 관련 "부동산 세제와 투기이익 환수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며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함께 부동산 불로소득의 철저한 환수가 이뤄져야 지속가능한 주거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가 가진 공공주택 공급 관련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길 것도 요구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임대료 산정 기준 수립 등을 서울시가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문이다. 박 시장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임대차 행정은 지방정부 권한”이라며 “지역별 맞춤형 주거복지가 이뤄지기 위해선 서울시와 구청장,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 관련 권한이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천명했다. 서울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지난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기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서 빠진 점에 대해 "그린벨트는 서울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맞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답변했다.

박 시장의 보유세 강화 주장에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도 환영의 뜻을 밝혀 관련 규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서울시의 촉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같다”며 “서울시와 국토부 사이의 정책 협의체를 통해 다양하게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가격급등지역에서 시세 상승분을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토지 등 종류별 시세반영률 차이가 큰 부분에서는 형평성을 제고하기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앞서 앞서 박 시장이 지난 9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 당시 처음 구상을 밝힌 도심 업무용빌딩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 공급 프로젝트는 종로와 용산에서 본격화된다. 서울시는 이미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지하 3층∼지상 18층)을 청년주택(255가구)으로 전환하는 사업과 용산구의 한 업무용 빌딩 공실 일부를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200가구)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심 업무공간에 서민은 물론 중산층까지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주거·업무 복합공간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혁신 계획 이행을 위해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역세권 청년주택 전담 수권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간기업이나 기관 등을 위한 전용 상담 창구(가칭 `주택공급상담팀`)도 신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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