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28 21:49

5사단 신병교육대 장병 격려…역대 대통령 최초로 GP 시찰
"유해발굴을 위한 길이지만 향후 남북 간 평화의 길, 화해의 길로 공고해질 것"

문재인 대통령이 화살머리고지에 근무하는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화살머리고지 GP에 근무하는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감시초소(GP)를 살펴보았다. 역대 대통령들이 DMZ를 방문하거나, GOP(DMZ 밖에 있는 일반 전초)를 찾은 적은 많았지만  GP를 시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일정으로 국내 일선 군부대를 찾은 것도 취임 후 최초이다. 연말을 맞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흔들림 없는 국방 태세를 확인하고 과시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방탄조끼와 방상외피를 입은 채로 육군 제5보병사단 화살머리고지 GP에 도착, GP 외부에 있는 6·25전쟁 참전 기념비인 ‘화살머리고지 전적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비석에는 '자유를 위하여'라는 제목과 함께 ‘1952년 10월 3일부터 14일까지 미 2사단 23연대 소속 유엔군 프랑스대대 지원병들이 화살머리 281고지와 전초에서 싸우다. 또한 유엔군 공병 소대도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다’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한 유품들이 전시되어있는 GP 내부 벙커로 이동해 수통, 탄총, 반합과 북한군 버클, 모신-나강 탄피 등 유해 발굴 유품들을 살펴본뒤 탄환 구명이 숭숭 뚫린 수통을 만지며 "(6·25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화살머리고지는 위에서 보았을 때 화살촉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안내를 맡은 전유광 사단장은 한·미·UN군이 사용한 M1소총을 가리키며 "탄약이 아직 총열 안에 남아 있는 채로 발굴됐다. 탄약을 다 못 쓰고 전사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벙커에서 나와  남북 공동 유해발굴준비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 GP 고가초소로 올라가 일대를 둘러보면서 작전지역 지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도로 개설현장을 둘러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5사단 신병교육대 식당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나란히 선 채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이에앞서 문 대통령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함께 경기도 연천에 있는 5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아 훈련병 등 장병 20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점심 메뉴에는 문 대통령이 선물한 치킨 200마리와 피자 200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추운 계절에 가장 추운 지역에서 신병훈련 받느라 고생들 많다. 편한 자세로, 자세 풀고, 최고 편한 자세로 함께 식사하자"고 권했다. 

식사를 마친뒤 문 대통령이 훈련병 200명이 모여있는 신병교육대 실내교육장으로 이동하자 훈련병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환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연말을 맞아서 격려 드리려고, 제가 여러분에게 박수쳐 드리려고 왔는데 거꾸로 이렇게 듬뿍 박수 받고, 좋은 기도 많이 받고 해서 아주 기쁘다.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강력한 국방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대화나 평화 이런 게 아주 허약해질 수 있다"며 "5사단은 우리 안보의 최일선에 서 있고, 그 위치는 지금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달라지는 게 없다. 여러분이 굳건히 안보를 지켜줄 때 남북관계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과거엔 적의 침략을 막아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는 차원의 안보였다면 이젠 적극적으로 북한과 화해·협력을 도모하며 우리가 평화를 만들고 키워가고 그 평화가 대한민국 경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5사단 신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홈페이지) 
5사단 신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그는 퇴소를 앞둔 훈련병들을 상대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에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 우리 국민의, 내 가족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해서 국가 방위에 이렇게 청춘을 바친다는 게 참으로 소중한 일"이라며 "이제는 적극적으로 북한과 화해협력을 도모하며 우리가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키워가고, 그 평화가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로 이렇게 이어지게 하는, 이런 달라지는 안보, 그중에서도 우리 5사단이 최일선에 서 있고,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화살머리고지에서 서로 유해 발굴을 위해 지뢰를 제거하고, 길을 내서 남북한 군인이 서로 악수하고, 조금 있으면 본격적으로 유해 발굴에 들어가는데 이것은 정말로 남북 간에 평화에서는 대단히 상징적인 일"이라며 "그 상징적 역할을 5사단이 맡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나는 옛날 한창 더울 때 신병 훈련을 받았는데 매일 옷이 흠뻑 땀에 젖고 온몸에 땀띠 나서 고생했다"며 "요즘은 혹한기에 좀 기온이 낮아지면 바깥 훈련은 안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데 그 규정을 잘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신병 훈련 자체가 일생일대의 도전"이라며 "자신이 속했던 사회와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을 해야 하기에 그 전체가 참으로 큰 어려움이고 도전이지만 다 해낼 수 있고 다 해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 이겨낸다"고 충고했다.

그는 "신병 교육을 무사히 잘 마쳤다는 게 앞으로 자대 생활할 때 아주 든든한 기초가 되고 사회에 나가서도 새로운 상황을 겪을 때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며 "그런 낙관적인 마음으로 자신 있게 훈련을 잘 마치고 군 생활 잘 하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학창 시절 유신정권에 맞서 투쟁했던 문 대통령은 1975년 박정희 정권의 공안 조작 사건인 민청학련·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의 사형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를 이끌다가 구속됐고 그해 석방과 동시에 강제징집돼 특수전사령부에서 군 생활을 했다. 그는 "군대 생활 마친 지 40년도 지났지만, 공수부대 제 동기·후배·선배들이 대선 과정에서도 참 많이 도와줬다"며 "유세할 때마다 다니면서 지지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안보자문단 활동도 같이해주고, 경호에 참여해주기도 했다. 여러분과 군 생활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앞으로도 어떤 관계보다 더 오래 지속하고 굳건해질 수 있는 정말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추운 지역인데 방한장비 보급은 충분한지 묻기도 했다. 이와관련, 군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보온성도 높고, 가벼운 동계 패딩형 점퍼가 보급된다"며 "내년 예산 70억 원이 반영돼 전방지역에 격오지 위주로, 추운 지방 위주로 먼저 보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남북간 도로 개설과 지뢰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노고를 인정받아 포상휴가와 함께 청와대 방문기회를 받은 5사단 장병 104명을 만나  "비무장지대는 남북 간에 언제 어떤 충돌로 더 큰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남북 장병들이 협력해 남북을 서로 잇는 도로를 열어서 비무장지대를 국토의 일부로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고 생명을 살려내는 역사적인 작업을 한 것"'이라며 "지금은 유해발굴을 위한 길이지만 앞으로 그 길은 남북 간의 평화의 길이 되고 화해의 길로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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