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30 20:05

한경연 "최저임금법 시행령, 약정휴일 많은 대기업에 '큰 폭의 임금 인상' 부담줄 것"
"현행 시행령대로 ‘실제 일한 시간’에 한정하고 약정휴일 수당도 포함해야"

한국경제연구원 로고 (이미지= KERI 페이스북)
한국경제연구원 로고 (이미지= KERI 페이스북)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24일 재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수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되면 근로자 사이에 실제로 일한 시간당  최저임금 격차가 최대 40%까지 벌어질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 개정안은 최저임금 시급을 산정할 때 ‘실제 일한’ 시간과 수당에 ‘법정주휴’ 관련 수당과 시간을 더하고 ‘약정휴일’ 관련 수당과 임금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수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경연은 의견서를 통해 "시행령이 개정되면 한 사업장에서 주 15시간 이상 근로했는지 여부, 사업장별로 약정휴일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등에 따라 최저임금 근로자가 실제 일한 시간당 받는 최저임금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경연은 "사업장당 주 15시간 미만씩 여러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시행령이 개정된다해도 주휴일과 약정휴일 모두 0일이기 때문에 1시간 일하면 최저시급으로  8350원만 받게 된다"며 "반면 법정주휴수당과 약정휴일수당이 1일씩 부여된 기업의 근로자는 최저시급보다 39.7% 높은 시간당 1만1661원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놓고 한경연은 "일한 시간당 최저임금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근로자간 형평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사용자가 분기나 격월로 주었던 정기상여금의 지급주기를 매월로 변경하려해도 실질적으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만큼 개정 법의 취지를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따라 시행령이 개정되면 실질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데도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임금을 올려줄 필요성이 생긴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더구나 중소·영세기업은 대부분 약정휴일이 없거나 적고 정기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도 없거나 미미한 형편이다. 이로 인해 대·중소기업간 임금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정기상여금이나 성과급이 많은 대기업 노조원들은 임금총액이 높아도 법률적으로는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분석이다.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은 바 있다. 평균 연봉이 9000만 원을 넘는 고임금 사업장인 현대·기아자동차에서도 약 8200여명의 직원들은 내년부터 8350원으로 인상되는 최저임금 기준이 못 미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영세기업의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이 오히려 대기업의 고임금 근로자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의 역설'이 나타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경연이 대기업의 주당 유급휴일수를 지난 9월~10월중 조사한 결과, ‘1일(법정주휴일 1일)’ 52.8%, ‘1일 초과∼2일 미만(약정휴일 0일 초과~1일 미만 포함)’ 13.9%, ‘2일 이상(약정휴일 1일 이상 포함)’ 33.3%로 나타났다.  특히 동 조사에서 ‘2일 이상’ 기업은 모두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이었던만큼 향후 노조측 반발로 약정휴일 관련 임금체계 개편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한경연은 약정휴일의 유무에 따른 차이를 설명했다. 기본급 174만5150원, 연간 정기상여금 600%(격월 100% 지급), 복리후생수당 매월 12만원을 받아 임금 및 임금체계가 동일하지만 약정휴일만 주 0~1일로 상이한 3개 사업장 근로자를 사례로 들었다. 현재 3개 사업장 근로자들은 야간·연장근로수당, 성과급 등 임금을 제외하고 연 3285만원을 받는다. 물론 시급이 최저임금을 넘는다.

하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 사업장별로 약정휴일이 주 0일인 근로자는 최저시급 환산액이 8350원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준수하지만, 약정휴일이 주 0.5일,주 1일인 근로자는 최저시급 환산액이 7722원, 7182원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된다. 사업주가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려면 약정휴일이 주 0.5일인 사업장은 기본급을 8.1%, 주 1일인 사업장은 기본급을 16.3%씩 인상해야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 수정안은 유급약정휴일에 대한 수당(분자)과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급 계산 값이 지난 8월10일 입법예고한 원안과 사실상 똑같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은 현행 시행령대로 ‘실제 일한 시간’에 한정하고 약정휴일 수당을 포함해야만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최저수준 보장 및 생활안정이란 최저임금법의 목적과 취지에 맞는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이번 개정안은 산업현장에 ‘최저임금 추가 인상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만큼 정부는 최저임금을 부담하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약정휴일이 많은 대기업·고임금 근로자 중 일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의 혜택을 받아 임금이 더 오르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임금차이가 확대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산정시간은 현행대로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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