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19.01.04 06:00

미국 고등교육도 양극화 해소 위해 ‘무상 대학등록금 정책’ 확산 추세
뉴욕주 공립 대학 이어 뉴욕대 의대도 지난해 가을학기 신입생부터 학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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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왼쪽부터 권재원 교사 박경미 의원, 박백범 교육부차관, 서정화 홍익대 명예교수(사회),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 이돈희 전교육부장관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뉴스웍스는 신년 기획으로 ‘2019년 국가적으로 다뤄야 할 교육 의제’를 주제로 교육 전문가 좌담을 진행했다. 새해에는 미래교육을 위해 우리가 꼭 논의해야 할 이슈와 그 속에서 꼭 다뤄야할 주제는 무엇인지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교육전문매체 에듀인뉴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좌담은 서정화 홍익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권재원 교사,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박백범 교육부 차관, 박경미 국회의원(국회 교육위원),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이 패널로 참석했다. 영역별 의제는 패널이 제시한 주제를 중심으로 다뤘다. 영역별 의제에 관한 좌담 내용을 차례대로 싣는다(편집자 주)

④2019년 교육재정
모든 정책은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각종 무상교육 등 교육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분야별 예상되는 재정 소요와 확보 방안, 그리고 과제별 교육재정 산정 및 투입의 형평성 등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서정화(사회)=교육은 질에 초점을 둬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재정 확보가 관건일 텐데, 2019년 교육재정과 관련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반상진=대한민국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은 1990년도에 22.3%를 차지했다. 살기 어려웠다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DJ 정부 때도 20% 이상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MB 정부부터 16%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2017년 15.4%까지 떨어졌다. 결국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이 5% 넘게 떨어진 나라가 됐다. 투자가 굉장히 소홀해졌고 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는 나라가 됐다.

2019년도는 이러한 재정구조를 혁파하는 원년으로 삼아주길 바란다. 재정은 필수적 조건이다. 좋은 말을 많이 하지만 재정투자 없이는 절대적으로 교육은 변화할 수 없다. 말로만 하는 게 교육이 아니다. 그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서정화=교육 예산을 늘린다면 특히 어느 분야에 투자가 늘어야 한다고 보는가.

▲반상진=초중등은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 조금만 투자를 늘리면 OECD 평균은 간다. 그러나 고등교육 분야는 절대적 액수가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대학 R&D 분야에 많이 늘려야 한다. 인건비 부분도 늘리는 게 필요하다. 대학은 우수한 교수가 있어야 한다. 학생복지는 국가장학금 때문에 어느 정도 완화가 됐다. 우수 교수를 확보하는 인건비와 R&D 분야에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 차원의 R&D 투자는 많지만 정부 수준의 투자는 굉장히 부족하다.

▲서정화=재정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낭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필요 경비 이상의 재정 소비를 줄이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박백범=저성과·유사중복·집행 부진 사업에 대한 양적 구조조정과 함께 질적 구조조정도 병행해 재정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2019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모든 재량지출 사업의 재검토 및 재정사업 자율평가를 통해 우선순위가 낮거나 성과가 부진한 사업의 예산을 축소·폐지하는 6335억원 규모의 양적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대학의 역량 강화 및 총체적 자율 혁신 지원을 위해 ACE+, PRIME 등 기존 사업을 통합해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확대·개편하는 등 질적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권재원=교육재정의 낭비는 무엇보다도 정책사업에서 비롯된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뭔가 실적을 남기고자 하고 사업을 편성한다. 그러나 공교육 실적의 대부분은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만으로 드러나야 한다.

안 그럴 거면 애초에 교육과정이 왜 필요한가? 교육과정 플러스알파를 추구하면 안 된다. 그런데 자꾸 추구하는 까닭은 교육과정의 실적은 단위학교, 교사들의 몫이 되지만 그 알파는 입안하고 기획한 담당자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 교육청에서는 자꾸 이 플러스알파에 매달리게 된다. 결국 단위 학교에서는 오히려 재정이 부족하고,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부, 교육청의 정책사업을 받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알파의 사업은 교원의 잡무 증가로 귀결되기도 한다.

▲서정화=무상급식을 넘어 내년부터는 무상교복까지 대부분 실시된다. 정부는 보편복지로 정책 초점을 맞춰가고 있는데 복지 때문에 소외되는 교육경비는 없나.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에 대해 말한다면.

▲권재원=무상교육 시리즈가 이어진다는 평가는 과도한 부분이 있다. 교복 같은 경우 서울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경기도 등에서 올해부터 진행되는 수준이다. 또 급식의 경우도 고등학교는 이제 시작이다. 이 문제는 의무교육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9년 간의 의무교육은 본인의 희망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받아야 한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법에 정해 놓은 것이다. 이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군인들에게 무상으로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박경미=보편적 교육복지로 정책의 방향을 가지고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아동수당을 예로 들면, 애초 보편적 복지로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가 아닌, 소득·재산 하위 90% 가구에만 지급하게 됐다. 결국 지급제외 대상인 10%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비용이 1600억원 들었다. 100% 주는데 드는 예산 1230억원보다 더 들게 되고, 탈락자 3400명을 선별하기 위해 각 가구원 113만명의 소득을 조사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야당에서 입장을 번복했고, 결국 내년부터는 보편적 복지로 가게 된 것이다.

▲반상진=현재 시장경쟁 체제가 주도하는 미국의 고등교육도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 ‘무상 대학등록금 정책’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를테면, 2017년 1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주 공립대학 등록금 면제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통해 가구 연 소득이 12만5000달러(한화 약 1억5000만원) 이하인 경우 뉴욕주립대와 시립대,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 입학생에게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사립대학인 뉴욕대학교(NYU)에서는 2018년 9월 가을학기부터 의대에 진학한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들의 등록금 전액을 면제(Free Tuition)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대 의대 신입생들은 학부 4년과 대학원(MD 프로그램) 3년 등 모두 7년 간의 의대 교육과정을 무료로 다니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서 2018년 11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존스홉킨스대학교에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자계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재원으로 18억달러(한화 약 2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학은 학비지급 능력과 관계없이 우수 학생을 입학시키는 ‘니드 블라인드 어드미션’ 제도를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고등교육의 무상화 현상이 확산하는 이유는 교육 양극화 해소가 국가적 의제로 주목받았고, 동시에 미래 사회변화의 핵심동력인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예에서 많은 시사점을 가져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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