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기자
  • 입력 2016.02.03 19:29

중국 베이징 켐차이나 본사.

중국 최대 국영 화학업체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가 스위스의 세계 최대 종자업체 신젠타를 인수하면 글로벌 종자산업의 핵심에 진입하게 된다.

 신젠타는 북미 지역 최대 농약 업체지만 미국 콩과 옥수수 종자 시장점유율이 각각 10%와 6%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중국 켐차이나와 세계 최대 유전자조작식품(GMO) 기업 미국 몬산토는 신젠타 측과 수차례 ‘물밑접촉’을 통해 인수전을 벌여 왔다. 당시 몬산토는 인수가로 460억달러(56조원)를 제시했지만 신젠타가 이를 거절했다.

인수가격은 켐차이나보다 훨씬 높게 제시했지만 켐차이나가 인수 대금 상당액을 현금으로 주겠다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켐차이나는 이미 은행들로부터 250억달러(약 30조5000억원) 규모의 단기대출(브릿지론)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유기업 켐차이나가 천문학적인 인수금액을 제시하며 신젠타 사냥에 통큰 베팅을 한데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종자산업 육성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종자시장은 170억달러 규모로 세계 2위다.

그러나 중국의 종자 관련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갈수록 줄어드는 경작지와 급증하는 식량수입,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 등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급격히 대두돼 왔다. 중국 정부는 2012년 말 ‘종자산업 육성에 관한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오는 2020년까지 자국 50대 종자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젠타는 종자 특허권뿐 아니라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종자 개량에 대한 기술도 갖고있어 중국의 농업 생산성을 올리는 데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켐차이나는 신젠타를 인수하면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매출을 기준으로 켐차이나와 신젠타 합병법인의 농약·종자부문 매출을 합하면 181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합병을 결정한 듀폰과 다우케미칼의 186억달러에 이어 2위다. 3위인 몬산토(156억달러), 4위 바이엘 크롭사이언스(126억달러), 5위 바스프(73억달러)를 모두 제치게 된다.

중국의 신젠타 인수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식량 수급과 바로 연결되는 종자산업은 글로벌 농화학기업들이 독식해온 시장이란 점에서 켐차이나의 시장진입을 탐탁치 않게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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