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1.27 17:49
(사진=KBS 뉴스 캡쳐)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베네수엘라 사태를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러시아가 정면충돌했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국제 사회의 진영 대결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미국 측 요청으로 베네수엘라 사태를 안건으로 하는 공개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국제사회가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마두로 전 대통령의 ’마피아 국가’로부터 벗어나려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열망의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 왔다"면서 "모든 국가가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마두로 정권과 금융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72시간 안에 떠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인들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은 ’베네수엘라 의회를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일한 기관으로 인정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안보리 성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주요 국가들도 미국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은 동시다발적으로 "베네수엘라가 8일 내로 대선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야권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베네수엘라가 향후 수일 내에 새로운 대선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EU는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이 같은 미국과 EU의 공세에 반박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오히려 공격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베네수엘라는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고, 안보리 의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의 목적은 쿠데타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오랫동안 남미 내정에 간섭해왔다"며 "워싱턴은 남미를 자신의 뒷마당처럼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벤지아 대사는 지난해 10월 여론조사를 인용해 마두로 정권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국민 70%는 과이도가 이끄는 의회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자오쉬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이번 사안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안보리 소관이 아니라, 베네수엘라에 맡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사태가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를 반(反)미 거점국가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쉽게 양보할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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