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2.05 08:45

"성적은, 대학은, 취업은, 결혼은, 아이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페이스북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설날 연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담소가 오가는 자리에서 나오는 덕담은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문화다. 하지만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명절이 안타깝게도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젊은 성인남녀에게는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 다시 등장해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잔소리를 하려면 그에 응당하는 돈을 내고 꺼내라는 의미다. 이용할 손님들이라면 두둑히 돈봉투를 챙기고 하는 것이 좋겠다.

5만원으로는 학생들에게 ‘모의고사는 몇 등급 나오니’와 ‘대학 어디 어디 지원할 거니’ 등을 물을 수 있다. 10만원으로는 ‘살 좀 빼야 인물이 살겠다’, 15만원으로는 ‘취업 준비는 아직도 하고 있니’ 등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직장인을 상대로는 가격이 더욱 올라간다. 30만원을 줘야 ‘나이가 몇인데 슬슬 결혼해야지’라고 말할 수 있고, ‘너희 아기 가질 때 되지 않았니?’라고 물으려면 5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명절 신풍속도를 두고 “재밌다”는 반응과 “오죽했으면 이런 게 생겼겠느냐”는 자조가 교차한다.

덕담이라고 한 말이 젊은이들에겐 비수로 꽂힐 수도 있으니 안 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먼저 중·고등학생들에게 성적에 관련된 질문은 삼가야 한다. "반에서 몇 등 하니", "공부는 잘 하고 있니", "대학은 어디 갈 거니" 등의 말은 궁금해도 묻지 않는 것이 매너다.

예쁜 조카가 걱정되더라도 취준생에게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다. 그들은 이미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 만약 취준생에게 힘을 주고 싶다면 맛있는 음식을 한 점이라도 더 건네주는 편이 낫다.

취업이 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연봉은 얼마나 받니", "더 좋은 회사 갈 생각은 없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등의 질문은 금물이다. 이 같은 질문들은 직장인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대표적인 질문이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에게 "아이는 언제 낳을 거니"라는 말은 최악이다. 아이 한 명 낳아 키우는 데 평균 2억원이 드는 사회에서 자녀를 위한 계획과 준비는 그들의 몫이다. 그런 일은 당사자에게 맡겨두고, 오랜만에 보는 가족과 기분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