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6.02.09 18:50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발사대. <사진=위키피디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방부는 한·미·일 3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군 차관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7일 한국과 미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 논의키로 결정했다고 밝힌 지 이틀만이다.

◆미국 이어 일본도 지지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 협력에 관해 직접 언급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이) 미국 시설이나 시민에게 도달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과 최초로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방부는 사드 한국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피터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확한 일정에 관해 언급할 수 없지만 (사드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에 관해 한국과 협의를 시작했다”며 “현재 상황에서 사드 배치 협의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도 사드 배치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아베 신조(安倍首相) 일본 총리는 9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8일 “일본 정부는 한국과 미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를 공식 개시한 것에 지지한다”며 “이는 이 지역 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국민 안전보장을 위해 검토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미국이 중국 동향 감시하려는 것” 반발

반면 한국 내 사드 배치 협의에 대해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히 불러들여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 결정에 항의했다. 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한국의 사드배치 논의 결정은 동북아 안보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군사전문가 상당수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미국이 중국 미사일 동향 감시 능력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에 대해서만 운용될뿐 중국을 위협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쿡 대변인도 “사드는 방어 시스템일 뿐 중국의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과 리후이(李輝) 주러 중국대사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관련국들이 역내의 추가적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동북아 정세 급변 가능성 배제 못해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차원에서 사드 배치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북한 역효과(China's North Korean Backfire)’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 협의를 환영하면서 이를 ‘중국이 북한을 편들고 있는데 대한 역효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립 구도 형성으로 인해 동북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도 높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발표한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한국과 미국이 사드 논의 시작을 발표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주변 지역에 ‘스타워즈’라는 새로운 시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서도 여야 의견차이 여전

국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두고 국회에서 여야간 의견차가 여전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어 외교부와 통일부로부터 전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당은 북한에 대한 실효성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언급하며 ‘선(先) 제재 후(後) 대화’ 기조를 강조했다. 강력한 제재를 촉구한 여당은 한·미 양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를 통해 북한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9일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야당을 향해 북한인권법 처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 당국과의 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드 배치는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특히 중국의 반발을 불러 대(對)중국 외교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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