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2.13 13:58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SBS화면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중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측과 채권 및 원유 투자에 관련한 비공식 대화를 시작했다. 기존 동맹인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의 퇴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투자금 보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외교관들이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과이도 의장 측 인사들과 만나 베네수엘라가 중국에 진 부채 환수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20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다.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 2007년 베네수엘라와 석유 합작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2년간 베네수엘라가 원유 개발과 관련해 중국에서 빌린 돈만 500억 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중국 상무부 추산에 따르면 이 중 약 200억 달러 가량을 여전히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자칫 하다간 이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투자금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미·중국 관계 전문가인 에반 엘리스 미 육군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새 정권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면서 "중국은 달걀을 다른 바구니에도 넣어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엘리스 교수는 "과이도가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중국에 결코 나쁘지 않다"면서 "과이도가 집권하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이 다시 늘어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중국 외교부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모든 세력과 긴밀하게 대화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중국과 베네수엘라의 협력 관계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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