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2.13 17:34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과 군수, 구청장들이 13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수 도지사의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은 이날 "이미 특검까지 마친 상태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현직 도지사를 법정구속하는 것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남부내륙철도사업' 과 '부산항 신항 메가포트 구축 및 배후단지 조성사업' 등이 경남의 50년 숙원사업이고 이런 사업들이 모두 도지사의 열정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한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김경수 도지사의 부재는 이런 사업들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는 등 정상적인 추진이 어렵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경수 지사가 풀려난 상태에서 집무하면서 2심 재판을 받게 해야만 경남의 모든 도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며 경남의 운명을 바꿀 주요 사업들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재벌총수나 핵심 지위에 있는 유력 정치인이 범죄행위를 저질러 복역 중이거나 어떤 피치못할 사정으로 궐위됐을 경우, "기업의 오너(혹은 해당 정치인)가 자리를 비운 채 있으면 기업(정당)이 제대로 안돌아가고 그에따라 우리 경제(정치)에도 악영향을 끼치게되므로 빨리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에 대한 상념이다.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되는 슬로건이다. 여기에 합리성이 있을까. 이런 논리를 따른다면 "우리 회사(정당)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게 아니라, 기업의 오너(해당 정치인)가 작위적으로 운영하고있는 회사(정당)에요"라는 말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만일, 우리나라 경제(정치)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재벌기업이 오너 한 명이 자리를 비운다고해서 회사 경영에 심대한 타격을 입는 구조라면 그런 회사는 역설적으로 어차피 망할 것이다. 기업의 오너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 중의 그 누가 조직에서 빠지게 되더라도 체계적으로 후임자로 대체되고 아무런 무리없이 운영되는 회사는 번성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오너나 주요 정치인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다고 해서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면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실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왜곡되어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한 명이 경남 도정에서 빠진다고 해도 경남 도정이 정말 무너질까. 경력과 실력을 갖춘 경제부지사나 정무부지사 등이 있지 않나. 비상시기에 지사 직무대행을 할 적격자가 없다면, 인사권자인 김 지사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게다가 김 지사가 구속된 이후 확정된 대형 국책사업들이 김 지사가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산되거나 연기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다. 더구나 김 지사라는 특정인을 보고 예타면제가 결정됐다고 믿고 싶지도 않다. 당연히 경남에 해당 사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결정됐을 것이다. 평소 정상적인 지배구조와 운영체제를 갖췄다면 김 지사가 구속 상태에서 2심을 준비하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건 간에 경남 도정이 아무 일 없이 제대로 굴러가야 마땅하다.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월 6일 하루 동안 설문한 바에 따르면, 김 지사의 법정구속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1.9%로 과반이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8%에 불과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11.3%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6일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8.4%로 최종 1052명(가중 결과 1000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2018년 10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이런 결과를 보더라도 김 지사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만 경남 도정이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는 주장은 소수의 의견일 뿐이다.

진실로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가 돼야 하는 것이지, 고(故) 노회찬 의원의 생전의 언급처럼 '법이 만명(특권층)에게만 평등'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라도 김 지사에 대한 불구속 재판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이 없고 차기권력을 비호하는 또 하나의 '신적폐'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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