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2.10 17:23

설 연휴기간에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와 유가가 동반 폭락하며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을 긴급 점검하며 시장심리 안정화에 나섰다. 중국 금융시장이 춘제(설)연휴를 맞아 휴장해 충격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11일 국내시장의 변동성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마이너스금리, 불안감만 키웠나

10일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만6000선이 무너지며 전날보다 2.31% 급락한 1만5713.39로 장을 마쳤다.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5.40%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4.07%까지 하락하며 1만5429포인트선까지 밀렸다가 장막판 소폭 낙폭을 줄이는데 그쳤다. 이날 지수는 2014년 10월3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강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이날 엔화는 전 거래일보다 0.67% 내린(절상) 1달러당 114. 52엔선에 거래됐다. 8일 0.69%, 9일 0.80% 하락한데 이어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 전격 발표 이후 이날까지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5.8%나 급락했고 그 폭이 커지고 있다.

일본 장기금리의 대표적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 확산과 이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의 증시 급락은 급격한 강엔 상황에 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본 제조업체들이 그동안 약엔 상황의 이득을 봐왔지만 ‘마이너스 금리’란 극약처방에도 엔화가치가 되레 상승하자 공포심리가 증시에 급속히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 유가, 다시 급락...미, 유럽 흔들

전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4일 연속 하락하며 배럴당 27.94달러까지 추락했다. 종가기준지난 2003년 9월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1월 20일 배럴당 28.35달러의 전저점을 경신했다. 지난주말 산유국간 감산논의가 무산되면서 국제원유 감산 기대감이 약해진데다 세계경기둔화로 공급과잉 해소가 당분간 어렵다는 비관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골드만삭스 제프 커리 애널리스트는 “과거와 비교해 현 석유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급 측면의 반응이 부족한 것”이라며 “가격이 10달러대로 하락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는(IEA)는 이날 “미국의 생산이 줄어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공급과잉이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1.29% 하락한데 이어 8일과 9일에도 1.10%, 0.08% 하락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다우 유로스톡스 50지수가 0.89%, 3.27%, 1.75%씩 3일 연속 약세였다.

◆한은, 적극 대응...미국 금리가 역시 '관건'

일본을 비롯 선진국증시가 급락하고 유가도 폭락하면서 설연휴 이후 국내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이날 이주열 한은총재는 긴급히 소집한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선진국 금융시장상황이 연휴전보다 나빠졌다고 밝히며 불안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경제 불안, 국제유가 재추락에 더해 일본이 마이너스금리까지 동원하며 경기부양을 하는데도 오히려 시장심리가 급냉한데 따른 현실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국내시장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관찰하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미칠 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여기에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악재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미, 일, 중, 러 등 주요국이 북한핵 문제와 사드배치문제를 놓고 냉전시대식 갈등을 빚는다면 국내 시장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도 있을 전망이다.

이 총재는 현재까지 북 미사일발사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없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불안요인이 부각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후 국제사회의 대응흐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외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시장의 불투명성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재료가 속도 조절로 기울고 있고 설 연휴에 국제금융시장의 악재들이 이미 노출된 만큼 시장의 방향성이 점차 나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연기하면 국제시장의 불안요인인 유가, 원자재 가격들이 반등할 수 있다”며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신호가 강해진다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엔화 강세 반전으로 인한 국내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 여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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