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2.21 15:20

홈페이지 광고 보고 암치료 시작…7개월만에 환자 사망하자 자녀들이 소송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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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산삼약침으로 암환자를 치료한 한의사에게 치료비와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와 이와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4일 환자 A씨의 자녀들이 B한방병원(당시 B한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를 포함한 426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환자 A씨는 2012년 초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인터넷 홈페이지 내용을 보고 산삼약침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는 ‘세계 학술지가 증언하는 진세노사이드 항암효과’라는 표제로 논문을 소개하면서 수많은 완치 및 호전 사례를 실었다. 당시 환자는 원장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산삼엑기스의 진세노이드를 정맥에 투여하면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다” “산삼이 고가이므로 약침 가격이 비싸다”라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1차 12주 프로그램을 포함해 2차 치료비 등 환자 가족이 지불한 돈은 342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치료 시작 7개월만인 2012년 12월 사망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논문에서 밝힌 치료효과는 물론 환자의 증상 호전에 산삼약침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요지의 판결을 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의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이 명백한 불법광고로 판단했다. 진세노이드 성분이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죽이고,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듯 소개한 것은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의사의 위법행위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기회를 상실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리라 예견한다”며 “이에 대한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고 배상액을 추가했다.

하지만 지금도 인터넷에는 산삼약침에 대한 광고는 물론 암환자를 현혹할만한 게시물들이 성행하고 있어 피해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산삼약침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과 철저한 관리감독을 바란다’는 입장의 보도자료를 냈다. 의협은 “의·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산삼약침으로 국민을 기망하고 치료 기회를 박탈한 것은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배상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의협은 “한방의료기관에서 불법 시행되는 산삼약침의 피해사례를 전수조사해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복지부와 식약처에 강력 단속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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