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3.06 16:20

로드니 루오프 UNIST 특훈교수, 박수진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

호 모양 실리콘-카본 복합체 일체형 전극의 구조
산호 모양 실리콘-카본 복합체 일체형 전극의 구조. 상호 연결된 구조는 이온과 전자의 이동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전극의 에너지 밀도를 높인다. 실리콘 나노와이어의 다공성 구조는 실리콘이 깨지는 것을 막아주며 이온 전달 속도를 높인다. <사진제공=UNIS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가능성이 열렸다. 흑연 음극 소재를 대체할 ‘산호 모양 실리콘 소재’가 개발된 덕분이다.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연구진과 박수진 포항공대(POSTECH)  교수팀은 고속충전이 가능한 리튬 이온 배터리용 실리콘 소재를 개발했다.

배터리 음극용으로 개발된 이 소재는 충전과 방전하는 동안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했고, 상용화 조건에서 5배 빨리 충전되고 용량도 2배 이상 늘었다.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는 지금보다 에너지 용량을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현재 사용되는 음극 소재인 ‘흑연’은 이론적인 용량 한계가 있다. 고속충전 조건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 금속이 석출돼 배터리 전체의 성능과 안정성을 낮춘다.

흑연을 대신할 음극 소재로는 흑연보다 10배 이상 용량이 큰 ‘실리콘’이 주목받는다. 이론적 용량이 커서 고에너지 배터리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많다.

실리콘은 충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서 잘 깨지고, 깨진 표면을 따라 고체전해질 계면층이 두껍게 형성돼 리튬 이온의 전달 특성을 저하시킨다. 이 때문에 실리콘을 이용한 고에너지·고속충전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는 일은 현재까지 어려운 일로 남아 있다. 

공동 연구진은 물질 단계부터 새로운 설계를 제안했다.

구멍이 많은 실리콘 나노와이어들을 재료로 써서 실리콘의 부피 팽창 문제를 완화했다. 내부 공극들은 충전 시 팽창한 실리콘을 받아들여 실리콘이 깨지지 않고 견디도록 돕는다.

다음으로 다공성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높은 밀도로 연결시키고, 여기에 탄소를 나노미터(㎚) 두께로 얇게 씌웠다. 그 결과 만들어진 ‘산호 모양 실리콘-탄소 복합체 일체형 전극’은 전기 전도도가 향상돼 고속충전이 가능했다.

빈 왕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연구위원은 “실리콘 내부의 공극과 산호 모양의 다공성 구조는 리튬 이온을 빠르게 전달하게 돕고, 탄소층은 전극의 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계면 안정성까지 확보한다”라고 설명했다.

류재건 POSTECH 박사는 “일체형이 되면서 에너지 저장 공간이 늘어났고 산호 모양의 3차원 구조로 전도성도 향상됐다”라며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 평가 조건에서 검증한 결과,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4배 이상 용량을 유지했다”라고 말했다.

박수진 교수는 “산호 모양 실리콘-탄소 일체형 전극은 똑같은 부피에서 에너지 밀도와 출력 밀도를 모두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술’”이라며 “고속충전의 필수 요소를 모두 충촉한 최초의 실리콘 기반 음극 소재”라고 강조했다.

루오프 교수는 “이 기술은 훗날 고속충전이 가능한 고용량 양극 소재와 함께 쓰여 더 높은 수준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실현할 것이며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연구재단, 중국자연과학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디디에르 프라이밧 성균관대 교수와 린지에 지&시앙롱 리 중국 NCNST 교수팀이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ACS 나노 최신호에 실려 출판됐다. 

빈 왕(왼쪽부터) 연구위원, 류재건  박사, 로드니 루오프 교수, 박수진 교수 <사진제공=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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